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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바라보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후배 정치인을 보는 선배의 안타까움도 있었을 것이고, 라이벌 침몰에 따른 기회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김 지사 개인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정치권의 시선은 김 지사에게로 향하고 있다. 어찌됐든 오 시장이 당분간 정치 행보에 큰 타격을 받게 됨에 따라 김 지사는 이제 한나라당 친이계 수도권 보루로 남았다.
“불편하다.”
심중에 대권 도전을 담고 있었던 김 지사 입장에서는 오 시장의 침몰이 결코 반갑지 않다.
김 지사는 그동안 “내년 총선 결과를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결단을 내려야할 상황 앞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서울시장의 보선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물론 청와대까지 서울시장 보선이 앞당겨지는 것을 기를 쓰고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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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김문수 경기지사는 중국 출장 중이다. 사진은 김 지사가 24일 산동성 장따민 성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모습. 김 지사는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26일 귀국한다. ⓒ 뉴데일리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마저 대권 도전을 하겠다며 도지사직을 던지기는 한나라당으로나 김 지사 개인적으로나 부담스럽다.
당 지도부는 김 지사가 끝까지 수도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직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 지사마저 사퇴할 경우 수도권 전체를 야권에 헌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정진섭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지사직을 유지하고 당내 대권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김 지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대권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오 시장이 질문에서 사라진다면 한 자리 수에 머물렀던 김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지사와 가까운 한 친이계 의원은 “친이계와 비주류에겐 이제 선택할 카드가 없다. 당분간 관망하겠지만 결국에는 박 전 대표 대항마로 김 지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도지사직을 볼모로 김 지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당분가 추이를 살펴본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더욱 촉박해졌고, 기대감이 더 커진만큼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한 측근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로 한나라당의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며 김 지사도 곧 결정을 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