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책임 포기한 시민이 제대로 된 시민일까요?""자기 생각, 자기 마음과 맞지 않는다고 마구 비난해도 되는 건가요?""인격 짓밟는 댓글들을 보면 정말 화도 나지만 소름이 돋아요"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22일, 시민의 투표 독려를 위해 '나홀로 시위'를 벌였던 가수 김흥국이 예상보다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온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리 지역에선 연로하신 구봉서 선생까지 노구를 이끌고 투표장까지 나오셨는데‥,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많이 안 한 것 같네요."

  • 24일 오후 뉴데일리 취재진과 만난 김흥국은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오늘 오전 코미디언 구봉서 선생께서 지팡이를 짚고서 투표하러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 속으로부터 정말 존경심이 우러나왔다"며 "이처럼 몸도 불편하신 분도 투표권을 행사하셨는데 멀쩡하게 건강하신 분들이 투표를 외면했다는 건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개탄했다.

    "저도 애가 둘 딸린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라고 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걸 마다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반대 편에 서신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은 그게 아니잖아요? 잘 사는 집의 아이들까지 서민들이 떠 안아야 한다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결국 이게 다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텐데‥, 지금 무상급식으로 혜택 받는 아이들이 먼 훗날 납세의 의무를 지는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무상 급식을 하되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실시하자는 게 왜 나쁜 주장인지, 이런 결정을 내리기 위한 주민투표가 왜 나쁜 투표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흥국은 "투표를 독려한 자신은 물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을 도매급으로 매도한 일부 네티즌들을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이번 투표는 아이들 밥그릇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소외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같은 논리가 일부 세력에 의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저 역시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입니다. 어릴 적부터 누구 못지 않게 고생도 많이 했죠. 가난은 죄가 아니고 불편이라고 하지만 언제까지 가난하게 살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껏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하게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높이되, 국민들의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게 이렇게 공격을 받을지 몰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전면 무상 급식과 단계적·부분적 무상 급식의 차이점은 아이들을 돕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기와 방법 면에서 이견이 엇갈리는 것인데, 많은 분들께서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행동은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아이들끼리 편을 가르는 일이라고 착각하시더라구요." 

    그는 자신에게 맹공을 퍼부은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자기 생각, 자기 마음과 맞지 않는다고 이렇게 사람을 비난해도 되는 건가요?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닌데,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이런 댓글들을 서슴치 않고 남기는 분들을 보면 정말 화도 나지만 소름이 돋습니다. 대한민국에선 누구나 자기 권리와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릅니다. 자기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감정 표현을 함부로 하는 일은 앞으로 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한때 미워했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감싸주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