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의회 제각각 제시
  • '여론조사나 주민투표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최근 해군기지 건설에 따라 빚어진 찬ㆍ반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우근민 제주지사가 '여론조사'를, 제주도의회가 '주민투표'를 제시해 결과가 주목된다.

    우 지사는 지난 18일 열린 임시회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찬ㆍ반을 묻는 주민투표 방식을 뛰어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과 기준, 해결 방향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건설 찬ㆍ반만 묻지 않고 지원계획 등을 포함한 갈등 해결방안을 찾는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주민투표 권한은 국방부장관이 갖고 있어 중앙정부의 입장이 정해져야 가능한 사항"이라며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도는 이에 따라 여론조사를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대상 지역과 인원, 질의 내용, 시행 시기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의회는 같은 날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ㆍ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 정부에 전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강경식(민노당) 의원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뢰성을 상실한 여론조사로 해군기지 예정지를 강정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갈등이 발생했다"며 "늦었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민투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정부에서 잘못된 절차를 인정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투표를 진행해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승복할 것"이라며 "강정마을 주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만큼 정부와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의회 장동훈(한나라당) 의원은 "주민투표는 도민 사회를 다시 분열시켜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이미 행정절차가 끝나 진행하는 국책사업을 이제 와서 중단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이처럼 여론조사나 주민투표 방안에 대해서조차 찬ㆍ반 의견이 맞서는 데다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어 이들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우 지사가 제시한 여론조사는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할 것이냐에 대해 찬ㆍ반을 묻는 게 아니라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선호도가 높은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측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법적 구속력도 없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제주도는 2007년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도민 1천500명을 표본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ㆍ반을 묻는 전화 여론조사를 시행했다가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주민투표도 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반대하는 견해가 많이 나오면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해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돼 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해군은 지난해부터 토지 매입 등 공사에 들어가 현재 총사업비 9천776억원의 14%인 1천405억원을 집행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대 교수는 "법률에 근거한 주민투표를 하면 결과에 승복해야 하지만 여론조사는 어느 쪽이 승복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면 비교적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만 정부 입장에서 여론조사는 몰라도 주민투표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이 꼭 필요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 전에는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