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시장직은 내놓으면 안되는데”…야당에 '서울시장' 뺏길까 끙끙민주 “대선 출마 위해 영웅 되려는 것”…투표율 낮추기 위해 '의미 축소'
  •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2주가량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자신의 대권행보에 주민투표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정치적 의도가 아닌 미래를 위한 순수한 결단이라는 점을 천명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 “시장직은 내놓으면 안되는데…”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에 여야 모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까지 계파간 대립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어왔다.

    주민투표를 승리로 이끌 경우, 오 시장의 대권행보에 탄력을 받게 된다는 게 대체적 관측인 만큼 ‘오세훈의 성장’을 경계하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박근혜의 대항마로 자리매김 해주길 바라는 친이(친이명박)계 간의 갈등은 계속돼 왔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다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아 당 차원의 지원을 어렵게 결정했다. 서울시가 ‘전면적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투표를 치를 예정이어서 ‘주민투표 찬성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만일 투표에서 질 경우, 유력 대권주자로서 오 시장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오 시장의 시장직을 내던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자칫 민주당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몇몇 의원들은 직접 오시장을 찾아가 시장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서울시장 선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몇몇 의원들로 후보가 압축됐다고도 하는데 ‘대선 불출마’보다 무서운 게 ‘시장 사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출마 위해 영웅 되려는 것”

    민주당은 오 시장의 ‘정면돌파’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대선출마를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투표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오 시장이 ‘시장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칠 경우, 보수층 결집으로 투표율이 올라 자칫 무상급식이 무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오 시장이 ‘시장 사퇴’를 선언할 경우 투표율이 5%가량 올라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그간 이번 주민투표를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급식투표’로 규정, 투표율을 낮춰 무상급식을 지키겠다는 전략을 펼쳐왔다.

    당초 투표일(24일)이 막바지 휴가철 평일인데다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면서 주민투표 성립을 위한 최소 투표율(33.3%)을 넘기지 못해 개표조차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권욕에 눈멀어 수순을 밟으려는 것 아니냐”면서 오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시장직을 그만둘 것으로 보면서 의미를 축소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도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려는 차원을 넘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우파의 영웅이 되려는 것이다. 보수층에게 ‘나는 진짜 보수다’라고 손짓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