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를 맞아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근로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30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날부터 9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갔지만 많은 근로자가 여름휴가 전에 타결을 기대했던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은 결렬됐다.

    휴가 전에 타결해서 묵직한 목돈을 챙기고 여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길 바랐지만 협상이 결렬돼 모두 물거품이 됐다.

    전 직원이 휴가비 3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대리 이하 전 직원은 통상임금의 50%를 덤으로 받긴 했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만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비록 부결됐지만 '역대 최대'라는 같은 그룹계열사 기아자동차의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인 기본급 9만원(5.17%) 인상과 성과ㆍ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자사주 80주 지급 수준은 넘었을 것이다.

    1천500만∼2천만원의 목돈으로 남의 부러움을 받으며 가뿐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애처로운 것은 현대차 노조 전임자 233명의 현실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행 이후 타임오프를 거부한 노조 전임자 전원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 전임자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4개월째 월급을 타지 못하고 있어 휴가비 30만원, 통상임금의 50%마저 받지 못한다.

    월급이 없어 대출을 받는 등 여느 때보다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마당에 휴가비도 못 받는 처지가 됐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교섭 한달 만에 일찌감치 임협을 타결했다.

    또 지난 23일부터 울산 기업 중 가장 긴 16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협에서 임금 9만원(기본급 대비 4.95%) 인상, 상여금 100% 인상(현재 700%), 격려금 300%+300만원 지급,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등에 합의했다.

    격려금 300%는 사업 목표달성 격려금 200%, 상생의 노사문화 10주년 축하금 100%로 지급된다. 나머지 300만원의 명목은 각각 신성장 동력육성 격려금 150만원, 무재해 기원 격려금 150만원이다.

    상여금과 격려금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임금과 상여금이 대폭 오르고 격려금은 약 1천만원에 달한다.

    타임오프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시행하자마자 아무 갈등 없이 노사가 수월하게 합의점을 찾아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양대 사업장 노조와 근로자의 휴가를 맞는 상황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