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15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집중호우와 홍수에 대비해 산사태나 침수 위험이 있는 산지의 건축허가를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지방자치단체가 재해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는 법령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폭넓게 산지전용 허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29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법원 춘천행정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최근 유모 씨가 "법규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홍수 때 침수 위험'을 들어 산지 전용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며 강원 홍천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산지관리법은 `토사의 유출·붕괴 등 재해발생 우려가 없을 것'을 산지전용허가 기준의 하나로 두고 있고, 시행령은 그 세부기준으로 `경사도, 산림 상태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산사태 위험지 판정 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정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지 전용은 산지 관리 목적에 어긋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것이므로 관할관청의 재량행위"라며 "법령상의 산림훼손 금지·제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고 명문 근거가 없더라도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해발생 우려'가 시행령에 규정된 사유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며 "홍수 때 침수 위험에 따른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산지 전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근거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유씨가 전용을 신청한 땅은 홍천강 줄기의 곡선부에 위치하고 150년 빈도 기준의 최대 홍수위보다 저지대에 해당한다"며 "옹벽을 설치한다고 해도 주택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최근 추세에 비춰 집중호우 등으로 신청지 부근의 침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건물 신축으로 생길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반려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씨는 2009년 5월 홍천군의 임야 1천800여㎡에 단독주책 6채를 신축하고자 산지전용 허가를 포함한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군으로부터 "홍수 때 침수 위험이 있어 재해발생이 예상되고 자연경관의 보전 유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유씨는 "홍수 때 침수 위험은 산지관리법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고, 150년 빈도의 홍수위를 기준으로 재해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산지 전용 허가를 내줄 때 `토사 유출, 붕괴 등 재해발생이 우려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산지관리법과 중대한 공익상 필요 두 가지를 고려해 재량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홍수 때 침수 위험에 따른 재해 발생 우려'가 있을 때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