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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도입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오류로 중고생 1만 7쳔여명의 내신성적을 정정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스템 도입당시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정도로 무거운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은 나이스는 로그인 지연 또는 실패, 입력정보 저장 오류, 정보 처리 지연 등의 크고 작은 문제를 계속 일으켰다.
그러나 교과부는 그때마다 시스템 안정화를 이루는 단계로 현재의 불편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16개 시도교육청은 물론이고 전교조도 나이스 도입에 따른 교사들의 불편은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시스템 자체가 대단히 광범위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스템 작동 지연 자체를 심각한 오류로 보는 견해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그러나 나이스 시스템 오류로 1만 7천명이 넘는 학생의 내신성적을 정정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교과부는 22일 오후 5시가 넘어 사전 예고없이 나이스 시스템 오류로 1만 7천여명의 중고생 내신성적을 정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는 나이스 시스템의 중대 오류로 고등학교의 경우 내신 동점자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중학생은 무단 결시생에 대한 인정점 부여 절차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부터 시작하는 2012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 응시하려는 고3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일선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들과 고3 담임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속 학교 학생의 피해규모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의 한 자율형사립고 진학상담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스템 도입후 성적 입력 오류나 로그인 실패, 회원가입 오류 등 각종 오류가 있었다"고 그 동안의 불편을 털어놨다.
그러나 시스템 오류로 학생들의 내신정적을 정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교사는 "다행이 우리학교는 오류가 발생한 학생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의 공립고 교장은 "다음주내로 교과부가 정정을 한다고 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진학상담부장 및 고3담임 교사들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의 한 공립고는 이 날 저녁 급히 진학부장, 정보화부장, 고3부장 등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세대 나이스가 이처럼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데 대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전산시스템 담당 교사는 "교육과정이나 정책이 새로 도입될 때마다 기능이 추가됐다"면서 "시스템 자체가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다.
실제 나이스는 학생 개인의 내신정적을 비롯 학사행정에 관한 기능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 정부들어서도 항목은 계속 늘어 교과교실제와 방과후학교 관련 기능이 새로 포함됐다. 2학기에는 교원평가제와 학부모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나이스 오류로 인한 중고생 내신성적 대량 정정사태에 대해 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도 논평을 내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스템 속도 저하, 입력 오류, 결재과정의 불편함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전면 재점검 등 근본대책 마련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현장 교사들의 불편을 외면한 교과부의 책임"이란 점을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대표 정병오)도 성명서를 내고 "고교 내신 동점자 처리 오류로 학생들의 성적표를 다시 발송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했다"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발생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수시모집 원서접수 전에 발견돼 다행이고 조속히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문제가 발생한 모든 학교에서 다음주내로 신속하게 정정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나이스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단을 구성, 통합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