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희망버스’ 부산시민에 ‘분노’만 줘경찰, 정동영 ‘협박’에 가두행진 허용부산 중심도로서 행진해 시내 교통 2시간 넘게 마비
  • [부산=전경웅기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정희 의원과 함께 부산경찰청장을 찾아가 ‘2차 희망버스 일행의 시가행진을 허용하지 않으면 경찰 수사권을 도로 빼앗아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불법시위 주도 세력들이 어린아이와 휠체어를 탄 장애우를 선두에 세워 행진을 시작했다. 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2차 희망버스’세력들에 의해 부산 시내에서 불법 난장판이 벌어지는 사태가 기어코 빚어졌다.

    지난 6월 11일과 12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난장판’으로 만든 ‘(김진숙 지도위원을 위한) 희망버스’는 9일 ‘2차 희망버스’를 꾸려 한진중공업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노총과 민노당, 진보신당, 문화연대, 비정규직 철폐 카페, 동성애자 연대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해 185대의 버스에 7,400여 명이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 ,

    9일 오후 7시 30분쯤 경찰은 버스 139대에 3,500여 명의 인원이 부산역 광장에 모였다고 확인해 줬다. ‘콘서트’가 시작된 오후 8시 인원은 4,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前진보신당 대표, 백기완 씨, 문성근 씨,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의 모습이 앞줄에 보였다.

    ‘희망버스 시위대’ 일부는 콘서트 시간에 부산역 광장 일대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인근 카페에서 자기들끼리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40대 중반 이상으로 보였다. 중고생과 부모를 따라온 초등학생도 보였다. 

  • ▲ 9일 오후 7시 40분 경 부산역 광장의 모습. 경찰에 따르면 4,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 9일 오후 7시 40분 경 부산역 광장의 모습. 경찰에 따르면 4,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위대는 콘서트가 시작되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콘서트가 계속되는 중에도 부산역 주변은 어수선했다. 이때 붉은 복면을 한 일부 시위대가  ‘폭력시위’와 ‘외부세력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현수막(한진중공업 협력업체들이 내건 것)을 칼로 찢고 다녔다. 부산역 주변 상인들은 이들의 집회에 “장사도 안 되는데 시끄러워 죽겠다”고 불평을 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 동안의 콘서트 겸 집회가 끝난 뒤 영도 한진중공업으로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당초 경찰은 “부산역 광장에서의 ‘문화행사’ 이외에는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영도까지의 시가행진을 허용했다. 오후 9시 경 트위터에는 “정동영 의원이 부산경찰청장을 방문해 ‘시가행진을 허용하지 않으면 경찰의 수사권을 도로 뺏아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 '배고파서 못살겠다, 한진중공업 살려내자'라고 적혔던 현수막은 '희망버스 일행'의 칼날에 이렇게 됐다.
    ▲ '배고파서 못살겠다, 한진중공업 살려내자'라고 적혔던 현수막은 '희망버스 일행'의 칼날에 이렇게 됐다.

    경찰 측은 “정동영 의원이 오후 5시 이정희 민노당 의원과 함께 부산경찰청장을 방문했다는 것은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정동영 의원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 행사에 대해 강경진압으로 시민의 권리를 짓밟는다면 경찰 수사권 독립은 결코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희망버스'를 찬양하는 의견을 계속 내놓고 있다.

    아무튼 ‘2차 희망버스 시위대’ 4,000여 명은 오후 9시 20분 경 부산의 중심도로인 중앙로 한쪽 방향 모두를 점거한 채 부산역에서 영도로 향했다. 경찰은 이들을 위해 오후 8시 40분경부터 부산역 앞 중앙로 전체를 통제했다. 부산 시민들은 이로 인해 2시간 이상 도로 위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행진을 한진중공업 부근 500미터 지점에서 제지했다.

    시위대는 온갖 깃발을 내세우며 영도에 도착했다. 경찰은 봉래동 교차로에서부터 경찰 93개 중대 7,000여 명으로 한진중공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체포조도 대기시켰다. 한진중공업 직원과 대학생 아르바이트로 구성된 경비용역직원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 정동영 의원과 이정희 의원이 부산경찰청장을 방문한 뒤 당초 불허예정이던 시가행진이 허용됐다. 그 결과 부산시내 교통이 2시간 넘게 마비됐다.
    ▲ 정동영 의원과 이정희 의원이 부산경찰청장을 방문한 뒤 당초 불허예정이던 시가행진이 허용됐다. 그 결과 부산시내 교통이 2시간 넘게 마비됐다.

    오후 10시 경 경찰 방어선에 도착한 시위대는 플라스틱으로 된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며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된 여경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희롱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시민기자’를 자칭하는 보이는 청년들이 경찰 방어선 위에서 시위대를 촬영하는 기자들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앞 편의점 인근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숨어있다 경찰에 포위됐다. 이들은 부산역 광장 콘서트가 시작되기 수 시간 전 한진중공업 주변에 숨어들었다가 결국 경찰에 포위됐다. 경찰들은 이들을 발견하기에 앞서 한진중공업 정문 인근에 숨겨둔 쇠파이프 70여 개와 각목 20여 개, 죽봉 1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10일 자정이 지나면서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장벽과 경찰 대열을 밀고 들어오려 하자 최루액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1시간 동안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했지만, 경찰은 최루액 발사로 이들을 저지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장비를 빼앗는가 하면, 인도 옆 보도블럭을 뜯어내기 경찰을 향해 던졌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경찰의 최루액을 맞고 부산대 병원으로 실려갔다.

  • ▲ 여경들이 지키고 있던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려 시도하는 시위대. 이들은 여경들에게 욕설과 희롱을 하며 도발했다. 1시간 가량 흐른 후에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 여경들이 지키고 있던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려 시도하는 시위대. 이들은 여경들에게 욕설과 희롱을 하며 도발했다. 1시간 가량 흐른 후에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런 난장판 현장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은 이들 외부세력들의 난동에 혀를 찼다.

    한진중공업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상인은 “저 사람들 때문에 장사도 안 된다”고 불평했다. 그는 “저번에도 밤새 잠도 못잘 정도로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장사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며 “부산 사람들은 저 사람들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진중공업 현장으로 이동 중 만난 택시 기사는 “저것들 다 빨갱이 아이가”라며 더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저 사람들 때문에 오늘 장사 그만 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한 그도 영도에 산다고 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파업도 끝나고 노사합의도 다 했다는데 지네들이 뭐라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런 사람들 때문에 대기업이 모두 해외로 나가는 거 아니냐. 김대중 시절에 민노총이니 뭐니 하는 것들 모두 허락해줘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희망버스 시위대’와 경찰 간의 대치는 10일 오전 2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한진중공업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시위대가 내는 소음 때문에 오전 3시 경찰이 강제해산 시킬 때까지 잠도 자지 못한 채 시위 현장을 지켜봤다. 한진중공업 진입로에 있는 대형주유소 등 인근 상점 대부분은 9일과 10일 문을 닫았다.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부산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던 ‘2차 희망버스’는 결국 15만 영도 주민은 물론 340만 부산 시민들에게 ‘불편’과 ‘분노’만 준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