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진출한 유능한 이민자 히스토리 주목해야" "미국에 충성했지만 기소 자체로 엄청난 고통겪어"
  • 미국 언론들이 최근 간첩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던 이른바 '드레이크 사건' 소송에서 검찰이 간첩법 적용을 철회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인 한국계 스티븐 김(44.한국명 김진우) 간첩법 기소사건을 잇따라 조명하고 있다.

    이달 초 미 연방검찰이 국가안보국(NSA) 고위 간부 출신 토머스 드레이크에 대한 간첩법 위반 사건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면서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은 스티븐 김 사건에 대해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잇따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NYT는 18일자 보도를 통해 어릴 적 이민을 와 미국 유수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받고 미국의 안보를 위해 일하다 뜻하지 않게 '간첩'으로 몰린 스티븐 김의 개인 스토리를 동정적으로 묘사했다.

    NYT는 스티븐 김을 "지난 10년동안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 북한의 위협을 브리핑해온 무기 전문가"라면서 "하지만 적대국을 도운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기밀정보를 폭스뉴스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간첩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NYT는 "스티븐 김이 2009년 무렵 정보사항을 기자에게 너무 솔직하게 얘기를 했고,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스티븐 김의 유능하면서도 자수성가한 이민자로서의 개인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8세 때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뉴욕 브롱크스로 건너온 스티븐 김은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 조지타운대, 하버드대, 예일대에서 차례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후 정부기관에서 일하게 됐다고 NYT는 소개했다.

    NYT는 "스티븐은 국립핵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와 국방부, 국무부에서 일했다"며 "특히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이 전문영역이었으며 브리핑을 한 여러 고위인사중에는 당시 딕 체니 부통령도 포함돼 있다"고 스티븐 김의 안보분야 활동 경력을 전했다.

    스티븐 김의 상관이었던 부시 행정부 당시 폴라 드서터 국무부 검증.이행.준수 담당 차관보는 "스티븐 김은 한국어에도 능통하면서 이 분야 일을 꾸준히 해왔다"며 "그를 정말로 존경한다"고 NYT에 말했다.

    NYT는 스티븐 김의 주변 취재를 통해 그가 평소 언론과 잦은 접촉을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오히려 보안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불운한 케이스라는 취지로 분석했다.

    NYT는 "동료들에 따르면 스티븐 김은 좀처럼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누설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9년 3월 국무부의 한 공보담당자가 스티븐 김에 폭스뉴스 기자에 북한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스티븐 김은 폭스뉴스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메일을 교환했고, 이 폭스뉴스 기자는 북한이 유엔제재 결의안에 대응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중앙정보국(CIA)이 "북한내 정보원을 통해 파악했다"고 2009년 6월 11일 보도했다.

    NYT는 "사실 이 뉴스는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었지만, CIA 당국자들은 기밀정보가 곧바로 샜다는 사실에 격노했다"며 스티븐 김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된 배경을 전했다.

    NYT는 스티븐 김이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처지라고도 부연했다.

    NYT는 스티븐 김의 가족도 인터뷰해 이번 사건 이후 스티븐 김의 고통도 전했다.

    변호사일을 하고 있는 스티븐 김의 누나인 유리 루스텐버거 김은 "내 동생은 미국을 위해 모든 전문적 역량을 쏟아부었다"며 "그럼에도 스티븐이 미국을 해칠 목적으로 어떤 일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리 스텐버거 김은 특히 간첩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NYT는 이번 소송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검찰의 기소와 법정 투쟁으로 인해 11세 된 아들을 둔 스티븐 김과 나머지 이민자 가족들의 삶은 이미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NYT는 스티븐 김 기소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례 없는 강경한 기밀정보 유출 처벌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부연하면서, 같은 간첩법 위반 기소 사건이던 드레이크 사건에서 연방검찰이 후퇴한 것처럼 스티븐 김 사건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