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 '겨울나비' 북한의 식량난 예화 통해 참담한 현실 고발
  •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언론에 등장한, 토끼풀로 끼니를 이어가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꽃제비 여성의 충격적인 모습은 현재 북한이 처한 참담한 실정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발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 출신인 김규민 감독의 '겨울나비'는 북한의 식량난으로 인해 일어났던 한 모자의 슬픈 사연을 스크린에 예리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북한의 가슴 아픈 현실을 통해 깊은 여운과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비극적 사건의 진실은, 현재 북한이 처한 참담한 실상을 단적으로 전하는 동시에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끔 한다.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살아남기 위해 지옥 같은 과정을 거쳐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 영화 '겨울나비'는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 놓쳐서는 안될 과제 같은 영화다.

    김규민 감독은 "한국에서 몇 번의 강연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신은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현재 내 위치에서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알려줄 방법은 영화 뿐이라고 생각했고,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아오던 북한의 실상을 리얼하게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 ▲ 영화 '겨울나비'를 연출한 김규민 감독.  ⓒ 노용헌 기자
    ▲ 영화 '겨울나비'를 연출한 김규민 감독. ⓒ 노용헌 기자

    "북한 공권력, 주민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브로드웨이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겨울나비'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 감독은 "98~99년 정도에 접했던 실화를 십여년 만에 상업 영화로 찍게 됐다"며 "당시엔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던 까닭에 그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한국으로 건너와서 살다보니 과거에 듣고 접했던 이런 이야기들이 충격적인 뉴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고 이같은 참상을 널리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이번 영화를 찍게 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형식적인 남한의 식량 원조가 북한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구호물자와 식량 대부분을 북한 공권력이 받아 먹고 있으며 이 공권력이 거꾸로 국민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 되고 있는 점은 인정하나,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이들을 도와 주겠느냐고 묻고 싶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 자원이 확실히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엄마가 개고기를 먹을 때 자세히 보면 옆에 김정은 사진이 걸려 있고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넣은 사진이 바로 김일성의 사진"이라면서 "김일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회를 김정일이 통치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 장면이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어머니 역할로 출연한 박소연은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감명받았기 때문이라기 보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냥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많이 망설였지만 경험하기 힘든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연기 욕심에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소연은 '영화에서 흙을 먹는다든지, 더러운 물을 먹는 장면 등이 많이 나왔는데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감독님이 지시하자 스태프들이 실제로 지푸라기가 가득한 흙을 밖에 서 바로 퍼왔다"며 "곤욕스러웠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촬영해야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실제로 먹는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소연은 "마지막에 고기를 먹는 신을 촬영하기 위해 몇 달 정도 고기를 안 먹고 촬영에 들어갔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촬영 당일 아주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고기가 나왔는데, 나중에 먹는 신 촬영이 끝나자 몸에 고기 냄새가 밴 탓인지 스탭들이 저를 슬금슬금 피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 ▲ 좌측부터 김규민 감독, 배우 박소연, 정승원.  ⓒ 노용헌 기자
    ▲ 좌측부터 김규민 감독, 배우 박소연, 정승원. ⓒ 노용헌 기자

    다음은 취재진과 감독·배우들이 나눈 일문일답 전문.

    - 먼저 자신이 관여한 영화 '겨울나비'를 처음으로 본 소감을 한 마디씩 해달라.

    ▲김규민 : 저희가 만든 영화가 세상의 참 모습을 알리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박소연 :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개봉됐다. 저희 영화가 일반적인 다른 영화와 비교해 볼 때 아주 멋있거나 볼만하다거나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도 오늘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를 다룬 영화라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다.

    ▲정승원 : 대본을 처음에 봤을 때 슬프고 충격적이었는데 이렇게 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더욱더 충격적이고 슬펐다. 부디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 북한의 실상을 리얼하게 다룬 영화로 알고 시사회에 참석했는데 막상 보니 충격적인 강도가 예상보다 좀 약했던 것 같다. 혹시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감안해 수위를 낮추고 내용을 순화해서 작품을 만든 건 아닌지?

    ▲김규민 : 사실 심의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촬영했다. 내가 욕심을 부리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더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원래 생각했던 것 보다 약 3분의 2정도를 표현했다.

    - 대학교를 다닐 때 영화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게 언제이고 8년간 구상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달라.

    ▲김규민 : 98~99년 정도에 이 이야기를 접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있던 아주 평범한 아줌마 얘기였다. 당시엔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던 까닭에 그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건너와서 살다보니 과거에 듣고 접했던 이런 이야기들이 충격적인 뉴스라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한양대 재학 당시 전체 시나리오 중 엔딩 부문만을 놓고 단편 영화로 제작했었고, 오늘에 와서야 이렇게 살을 덧붙여 상업 영화로 촬영하게 된 것이다.

    - 북한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룬 영화인데 왜 북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규민 : 근래 개봉한 많은 영화에서 제가 직접 배우들에게 북한말을 교육 시켰고 고증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배우들이 북한 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북한 말에 치우치다보니, 정작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가만보면 충청도 사람이 서울 말을 한다고 했을때 이를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전 북한 말도 특정 지역의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선 의도적으로 북한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가급적 북한말을 사용하지 않겠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북한이라는 사회를 다루는 과정에 상투적인 북한 말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 예전에 저녁을 함께 한 자리에서 김 감독이 고기만 계속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왜 그렇게 고기만 먹느냐고 물었더니, '30년 동안 풀만 지겹게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김 감독이 굶주린 사회에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북한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고 이러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북한의 실상 중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점은 좋았으나, 이런 상황을 자초한 책임이 한국 정부에도 있다는 생각을 넣었으면 더욱 좋았을 뻔 했다.

    ▲김규민 : 한민족 한동포를 떠나서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은 통치자에 의해 강압받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이 이뤄졌는데 그 지원된 물자 대부분이 북한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구호물자, 식량 대부분을 북한 공권력이 받아 먹고 있다. 이 공권력이 거꾸로 국민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이들을 도와 주겠느냐고 묻고 싶다. 단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 자원이 확실히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

  • ▲ 좌측부터 배우 정승원, 김규민 감독, 배우 박소연.  ⓒ 노용헌 기자
    ▲ 좌측부터 배우 정승원, 김규민 감독, 배우 박소연. ⓒ 노용헌 기자

    - 어린 학생 신분으로 이번 영화에 참여했는데 솔직한 심정이나 소감을 듣고 싶다.

    ▲정승원 :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 대본으로도 많이 봤고 영상으로도 접해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이전에는 이렇게 북한이 힘든 상황인지는 전혀 몰랐었다. 촬영을 하면서 이들에게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배우로서 선뜻 선택하기 힘든 소재인데,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박소연 :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감명받았기 때문이라기 보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냥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많이 망설였다. 그래도 배역에 푹 빠져서 간접적으로는 도저히 경험하기 힘든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연기 욕심이 있었다. 막상 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와닿지도 않았고 할 수 없는 것인데 무턱대고 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졌다. 하지만 너무 소중한 가치를 얘기를 하고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승원 :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감정신에 대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을 해주셔서 연기하기에는 편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규민 : 우선 엄마가 기도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여러분들도 그 장면이 이해가 되신다면 북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신 거라고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 엔딩 부문에서 모자가 닭고기를 먹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박소연 : 달을 보면서 엄마는 바느질을 하고 아들은 '달이 부침개를 닮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슴 속에 와 닿았다. 배는 좀 고픈 상황이지만 오손도손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 보였다. 후반부에 개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무서웠다.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무서워서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 엄마와 아들이 닭을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님이 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셨던 게 기억난다.

    ▲정승원 : 저 역시 마지막 엔딩신이 가장 기억이 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잘 지내 왔다는…, 모자의 사랑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기억이 난다.

    - 영화에서 흙을 먹는다든지, 더러운 물을 먹는 장면 등이 많이 나오는데 촬영하는 데 에피소드는 없었나?

    ▲박소연 : 실제로 먹기 힘든 것들이 많이 나왔다. 흙을 먹는 장면에서 미술팀이 흙 같은 것과 설탕이 혼합된 것을 들고 왔는데 솔직히 정말 촬영하기 힘들었다. 감독님이 지시하자 스태프들이 실제로 지푸라기가 가득한 흙을 밖에서 바로 퍼왔다. 곤욕스러웠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촬영해야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작 배가 고파야 되는데 너무 배불렀다. 마지막에 고기를 먹는 신을 촬영하기 위해 몇 달 정도 고기를 안 먹고 촬영에 들어갔다. 정말로 고기가 먹고 싶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하루에 한끼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고 대부분 야채만 먹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촬영 당일 고기가 나왔는데 아주 안 좋은 냄새가 났다. 미술팀이 간을 어느 정도 맞춘 상태였지만 먹기 힘들었다. 나중에 촬영이 끝나자 제 몸에 고기 냄새가 밴 탓인지 스탭들이 저를 슬금슬금 피하기도 했다. 개 고기를 먹는 장면이었지만 실제로는 돼지 고기였다. 

    - '겨울나비'라는 영화 제목의 뜻이 궁금하다. 배우들 스스로 맡은 배역과의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였다고 느꼈는지 묻고 싶다.

    ▲김규민 : 원제는 '모자'였다. 촬영을 다 끝내고 편집을 하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라 제목을 바꿨다. 나비는 꽃을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것을 상상한다. 만약 그 나비가 겨울에 태어났다면 그 나비의 생애는 행복했을까? 그런 의미에서 만약에 모자가 북한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겨울 나비'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소연 : 저는 노력은 했지만 감히 절반도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캐릭터를 연기 하기 위해서 주변에 먹을 것들이 널려 있는데 한번 굶어보는 것과 실제로 굶는 것은 극복 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또한 아직 결혼을 안해서 모성애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직접 내가 엄마가 돼서 연기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아들로 출연한 승원 군과 정말 쉽게 친해졌다. 때로는 모성이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게 잘 안 될 경우엔 제 조카를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다. 연기를 위해 실제로 다이어트를 많이 했는데 하루에 밥 한 그릇만 먹고 오이나 야채 등을 주로 먹었다. 처음엔 아무리 굶어도 모성애가 없어질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로 굶어보니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경질을 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부족하지만 그런 것들에서 연기 포인트를 찾았다.

    ▲정승원 : 저는 어려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을 많이 설명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박소연 : 처음엔 이것이 실화라는 감독님 얘기는 충분히 들었지만 너무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영화에서 빵 장사하는 사람으로 나오는 (탈북자)언니와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 분으로부터 정말 충격적인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현지 사정에 대해 실감을 하게 됐다.

  •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김규민 감독.  ⓒ 노용헌 기자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김규민 감독. ⓒ 노용헌 기자

    -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김규민 : 이 작품을 찍을때 주위 선배들 중 만류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런 작품을 함으로써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북한에서 온 영화감독이다. 북한에 대해선 대한민국 감독 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서 계속해서 북한을 얘기하는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 김일성 사진을 태우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국내 영화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장면 같은데, 그 부분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촬영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규민 : 엄마가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사진을 넣는 게 바로 김일성의 사진이다. 엄마가 개고기를 먹을 때 자세히 보면 옆에 김정은 사진이 걸려 있다. 다른 것은 리얼리티에 맞게 하려고 했지만 내 생각을 담고 싶어 그렇게 연출했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국내 언론은 중국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톱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고난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언론이 진정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면 비참하게 죽어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 김일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회를 김정일이 통치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장면이 문제가 된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

    - 북한의 또 다른 참혹한 실상에 대해 들은 게 있다면 말해달라.

    ▲박소연 :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놓고 기도를 하는 장면에서 솔직히 의문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존경을 하도 이렇게 종교적으로까지 기도를 할 수 있는 대상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북한의 실상을 담은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북한 사투리를 들어보려고 봤다. 북한에는 백내장 질환 환자들이 많다. 간단한 수술로도 앞을 볼 수 있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의료 혜택이 서민들에겐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의 유명 안과 의사들이 수만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치료를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겉으로는 치료 과정을 담은 영상이지만 사실은 북한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외국의 여기자가 몰래 다큐를 촬영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앉아 있고 수술을 받은 한 사람이 안대를 하고 단상으로 나온다. 의사가 안대를 풀어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자 이 사람은 의사와 가족들이 아닌, 수령님께 감사의 말을 외친다. 정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수령님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수령님 만세!'라고 외친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은 수령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과 존경심 등을 보면서 종교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신흥 종교단체 부흥회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한 중산층이라 불리는 가정을 방문했을 때 카메라가 있으면 더 잘 보이려고 과장되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너무 힘겨워 보였다.

    - 북한에게 식량 지원을 계속 해야 하는지 개인적 견해를 듣고 싶다.

    ▲김규민 : 북한에 들어가는 원조 식량의 80% 이상이 상당 부문 군부대로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처럼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처사라 생각된다. 식량이 제대로 배급이 안된다면 방법을 찾아서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 도와주려는 마음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 도울 방법은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일본 지진때에도 성금을 많이 냈다. 동포와 민족을 떠나서 그들도 인간이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해선 안된다.

    - 영화를 촬영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박소연 : 엄마와 자식은 어떤 곳에 있든 사랑하는 관계가 돼야 하는데 북한이나 남한이라는 장소를 떠나 이같은 근본적인 관계가 온전하게 사랑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자체로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나라에도 굶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 영화를 보면 젊은 친구들도 마음 한 구석이 아프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디 마음을 열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

    ▲정승원 : 우리들은 조금만 배 고프면 집에서 맛있는 걸 해주고 맛 없으면 많이 남기는 버릇이 있는데, 북한의 경우 이런 상황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많이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