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카이스트 입장에서는 전문계고 출신으로 입학 당시 관심을 모았던 학생이 자살한 지 두달여만에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특히 이번에 사망한 학생은 과학고 출신의 영재로 알려지면서 카이스트 측은 적잖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35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KAIST 2학년생 A(19)군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A군은 과학고 출신 학생으로, 최근까지 강의를 듣다가 지난 16일 돌연 휴학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우울하다. (중략) 힘들다. (후략)"는 글이 19일 오후 8시 47분 마지막으로 올라와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블로그 글과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내용,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앞서 지난 1월 8일 KAIST 내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로봇박사'로 불리다가 지난해 학교장추천 전형을 통해 입학한 전문계고 출신의 B(19)군이 저조한 성적,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등을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올해 들어서만 두명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KAIST는 학생처를 중심으로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KAIST에서는 평점 3.0 미만의 학생의 경우 수업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야 하는데 A군은 그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성적을 비관하거나 과도한 경쟁에서의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한 것은 아니리라 점쳐지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전문계고 출신에 이어 과학고 출신 학생까지 목숨을 끊어 그 충격은 더했다.

    이와 함께 KAIST가 학생들의 고민 해결과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나 클리닉 등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B군 사건 이후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4명이던 상담센터 인력을 6명으로 증원할 계획도 갖고 있던 차에 또다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후속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친구는 21일 오전 1시 43분 "공부도 잘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며 성격도 활발해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던 친구의 명복을 빌어달라"는 글을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자 이날 오전중에만 100여건의 추모글이 달리고 A군의 미니홈페이지나 블로그에도 수십건의 글이 오르는 등 학교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글들은 "부디 떠나서 있는 그곳은 지금 이 세상보다 나았으면 좋겠네요", "더이상 이런 슬픈 일이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두명이나 우리 곁을 떠나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힘들어하던 한사람의 불꽃이 사그라졌다고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