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살만 4번째∙∙∙ ‘징벌적 학점제’ 논란
  • 카이스트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가운데 또 다시 자살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아파트 1층 현관 출입구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휴학생 박모(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 자살이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징벌적 수업료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이 강조한 일명 '징벌적 학점제'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부생에 대해서는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가 부과되는 것.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지난해 전체 학생 7805명 중 12.9%에 해당하는 1006명이 1인당 평균 254만여원씩의 수업료를 냈다. 수업료를 낸 비율은 2008년 4.9%에서 2009년 8.0% 등으로 해마다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카이스트 학생들과 타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서남표 KAIST 총장도 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되어 왔던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부과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끝마치지 못한 연차 초과자에게 부과되는 한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600여만원의 수업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학생들과 교과부의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대 일부 교수들도 서 총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해서 학생들에게 부담 주면 공부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유치한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기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어느 대학이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붙이며 최고 자리에 갈 수 있나. 어느 선생도 제자를 희생하며 자신의 분별 없는 목표에 근접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7일 목숨을 끊은 박군은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으로 지난 6일자로 학교를 휴학한 상태였다. 그는 휴학 당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고, 성적 문제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