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굽던 중 석쇠에서 튄 불씨가 기름에 옮겨붙어"불씨, 하향식 환풍기 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번져퇴근 시간 화재로 시청역 교차로 일대 혼란경찰, 27일 오전부터 현장 감식…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
  • ▲ 전날 화재로 불탄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식당. ⓒ임찬웅 기자
    ▲ 전날 화재로 불탄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식당. ⓒ임찬웅 기자
    27일 오전 서울 중구 북창동. 전날 화재가 휩쓴 상가 건물 앞에서는 여전히 매캐한 탄 냄새가 났다. 

    1930년대 사용 승인을 받은 이 노후 목조건물은 불에 타면서 2층과 3층 옥탑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1층 상가 위로 검게 탄 목재와 철골, 무너진 외장재가 쌓여 잔해 더미를 이뤘다. 건물 앞 길바닥에는 깨진 유리와 잔해 등이 뒹굴었고 주변으로는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붕괴 위험을 알리는 노란색 표지가 곳곳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렸다. 

    이번 화재는 남대문시장과 시청 일대 직장인들이 몰리는 북창동 번화가에서 발생했다. 해당 상가 건물 건너편으로는 고층 오피스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이는 90년이 넘은 목조건물과 대비되면서 화재 피해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 ▲ 전날 화재로 불탄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식당. ⓒ임찬웅 기자
    ▲ 전날 화재로 불탄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식당. ⓒ임찬웅 기자
    26일 전날 오후 6시 15분께 이 건물 2층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당시 식당 안에는 손님 25명과 직원 6명 등 31명이 있었지만 모두 자력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상가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유모씨는 "즉석구이 매장에서 장어를 굽던 중 석쇠에서 튄 불씨가 기름에 옮겨붙었다"며 "불씨가 하향식 환풍기쪽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번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처음에는 연기가 약해 불이 금방 꺼질 줄 알았는데 삽시간에 커졌다"며 "검은 연기가 빠르게 확산돼 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60대 정모씨도 "내부가 목조로 되어 있어서 화재 발생 2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불길이 안 잡혔다"며 "연기가 너무 심해 숨쉬기가 곤란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해당 건물은 입구 쪽 계단까지 전부 목재로 된 노후 건물"이라며 "건물이 낡아 평소 전기 공급 문제 역시 발생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장비 42대와 인력 96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3시간 30분 만인 오후 9시 15분께 불을 모두 껐다. 다만 오래된 목조건물인 탓에 화염 확산 속도가 빨라 소방당국에서도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 ▲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광형 기자
    ▲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광형 기자
    화재가 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일대에는 다소 간의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재가 발생한 상가건물 앞 도로가 통제됐고 차량 우회조치가 이뤄졌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북창동 일대와 시청역 교차로를 뒤덮으면서 퇴근하던 시민들은 코와 입을 가리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27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상가건물에 대한 현장감식을 했다. 이에 앞서 중구청에서도 오전 10시부터 인력을 보내 건물 주변 잔해를 정리하고 외벽과 불이 난 건물을 중심으로 안전진단을 수행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들도 이날 오전 현장에 투입돼 주변 건물과 연결된 전선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감식 결과와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