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도 포기‥사망 2명·의식불명 1명
  • 경북의 구제역 사태가 40일을 넘긴 가운데 임신한 여공무원 3명이 유산 또는 유산 위기에 처하는 등 악전고투하고 있다.

    또 결혼한 공무원이 신혼여행을 포기한 채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가하면 2명은 사고 및 과로로 순직하기도 했다.

    A시의 30대 임산부 여공무원 3명은 구제역 발생 이후 초소 근무와 약품 배부로 밤샘 근무를 하다가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이 중 1명은 지난해 12월 6일 병원에서 유산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1명은 유산 위기에 처해 가료 중이다.

    다행히 나머지 1명은 상태가 호전돼 유산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양군청의 산림축산과 공무원 심재길(36)씨는 지난달 5일 결혼식을 올렸지만 방역업무로 태국행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방역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작년 12월 영양군 김경선(37세)씨와 안동시 금찬수(50세)씨는 방역초소에서 근무 중 사고.과로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령군 고령보건소에 근무하는 곽석순(46.여)씨는 지난 4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1주일째 의식불명 상태이다.

    군위군 김운찬 농정과장(54)은 최근 얼굴근육 마비와 함께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

    이밖에도 봉화군의 한 직원은 지난해 12월 어머니 제사를 구제역 매몰처분 현장의 마을회관에서 간략히 치르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추운 겨울에 힘든 방역근무를 하고 있지만 구제역사태를 종식시키지 못해 이 같은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살처분 현장에 동원된 한 공무원은 "구제역 발생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축산농민들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땔감을 넘겨주며 고생한다는 말을 전할 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곤 경북도구제역방역대책본부 홍보반장은 "구제역 조기종식으로 축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축산농민을 비롯한 도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