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확산으로 수많은 가축이 살처분돼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은 아직 구제역에 걸렸다는 보고는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 돼지처럼 발굽이 두 개인 우제류(偶蹄類) 동물에 전염되고 멧돼지, 고라니, 노루 등도 우제류에 속하는데도 구제역에 잘 견딘 것이다.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 현재 구제역 위험에 노출된 매몰대상 가축(133만9천387두)의 87.6%인 117만3천95마리의 매몰작업이 끝났다.

    소와 돼지는 각각 10만7천487마리, 122만8천147마리로 집계됐지만, 멧돼지, 고라니 등이 생매장된 사례는 없다.

    과거에도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이 구제역에 걸리거나 전염시킨 적이 없다.

    국내에서 구제역은 1934년 발병 사례가 처음 보고되고서 60여 년간 잠잠하다가 2000년, 2002년에 이어 지난해 1월 경기 포천과 연천에서 다시 발병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올해는 작년 11월 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하자 국립환경과학원은 그해 1~6월 발생 대상지인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역학 조사를 벌였지만,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구제역에 걸리거나 전염시킨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야생동물도 구제역에 걸린 사례가 있고 감염 경로도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야생동물을 구제역에 안전한 동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개나 늑대 등이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의 뼈나 시체를 옮기면서 구제역이 전파된 사례가 캐나다와 옛 소련 등에 있었다.

    최근 불가리아에서는 사냥한 야생 멧돼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와 유럽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국내 연구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멧돼지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멧돼지와 달리 돼지가 쉽게 구제역에 걸리는 것은 `밀집형' 축산 시스템에 한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돼지는 구제역에 걸리지만, 멧돼지는 전염되지 않는 상황을 잘 헤아려보면 밀집해서 사육되는 축산 환경이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다. 대부분 국가가 구제역과 무관한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구제역을 막으려면 친환경적인 축산 경영이 접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도 "가축이 밀집해 길러지는 상황에서 구제역이 전염될 가능성은 크다. 사료 제공, 인공수정, 기계 고장 등으로 외부인이 축사에 드나들 여지가 많은 사육 환경도 구제역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