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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야 연애를 하지.」
누가 애인 있느냐고 물으면 김동수가 속으로 했던 말이다. 그러나 물론 겉으로는 다른 핑계를 댄다.
주머니가 든든해야 여자를 만날 여유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쉽게 말해서 굶은 놈은 배고픔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김동수는 스쳐 지나는 여자는 숱하게 겪었지만 깊게 사귀지는 못했다.
기회가 생겼더라도 피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여자 만나서 차 마시고 밥 먹고 구경 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감 결여라고 말하는 놈이 있다면 김동수는 그런 놈은 사기꾼이라고 되받아 줄 것이다.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연애를 한단 말인가? 얻어먹는 것도 한두번이다.
여자가 필요하면 싼 값에 살수있는 곳에서 해결했다.
여자와의 하룻밤을 위해서 보름간 돈을 모은 적도 있다. 공사판에서 일한 돈의 10%를 보름간 모았다는 말이다. 여자한테 공사판 일당 며칠분을 한꺼번에 쏟는 놈은 미친놈이다.
그것이 김동수 스타일이다. 김동수는 그렇게 여자를 겪어왔다.「아우, 나 죽겠어.」
가쁜 숨을 뱉으면서 정수민이 말했다. 침대에 사지를 편 채 늘어진 정수민은 알몸을 다 드러냈지만 손끝하나 들어 올릴 기력도 없는 것 같다. 정수민의 숨결에 앓는 소리가 섞여져 나오고 있다.김동수는 손을 뻗쳐 침대 밑에 떨어뜨린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탁자에 부착된 전광 시계가 밤 12 반을 가리키고 있다. 방안은 아직도 열기에 쌓인 습기가 가득 차 있다. 비린 정액의 냄새로 덮여져 있는 것 같다.
김동수가 불을 붙인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한숨과 함께 내품었다.그때 정수민이 말했다.
「오빠, 애인하고는 사귄지 얼마나 돼?」김동수가 담배 연기를 다시 한번 뱉고 나서 대답했다.
「한 이년 되었나?」
「꽤 오래 되었네.」
「그런가?」몇 모금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김동수가 팔을 뻗어 정수민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정수민이 순순히 김동수의 가슴에 빈틈없이 안겼다.
섹스를 하면 상대방과 호흡이 맞을 때가 있다. 특히 직업 여성과 관계한 경험이 많은 김동수는 상대의 감정보다 육체의 반응에 익숙해진 편이었다. 그래서 정수민의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다 밤새겠네.」
다시 가슴에 얼굴을 붙인 정수민이 더운 숨을 뱉으면서 말했을 때 김동수의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떠올랐다. 물론 그것을 정수민은 보지 못한다.다시 뜨거워진 김동수의 몸이 정수민의 허벅지에 밀착되었고 몸을 비틀때마다 자극이 전해질 것이었다.
「나, 너무 쉬운 여자같이 보이는게 싫어서 그랬어.」
김동수의 애무에 온 몸을 맡긴 채 정수민이 열에 뜬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을 감은 정수민의 숨결에 다시 신음이 섞여지고 있다. 김동수가 정수민의 젓꼭지를 입안에 넣고 혀끝으로 굴렸다.
「여관에 남자하고 여자가 같이 들어가는거, 정말 보기 싫었거든.」
그런 이유때문인가? 김동수는 정수민의 몸 위에 오르면서 이 말은 계산 없이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두 몸이 합쳐진 순간 정수민이 커다란 신음을 뱉으면서 사지를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김동수의 머릿속도 하얗게 되더니 계산이 멈춰졌다. 다시 방 안에 거칠고 뜨거운 숨결과 함께 두 남녀의 거침없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