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만에 남녀 대회 통틀어 첫 우승컵높은 골 집중력에 스트라이커 고루 포진
  • ▲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트로피를 차지한 태극 소녀들이 포효하고 있다.ⓒ연합뉴스
    ▲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트로피를 차지한 태극 소녀들이 포효하고 있다.ⓒ연합뉴스

     

    태극 소녀들이 해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1882년 한반도에 '축구'가 들어온 이후, 128년 만에 일궈낸 쾌거다.

    26일 오전 7시(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해슬리 크로퍼드 경기장에서 열린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 우승컵을 안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대회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남녀 통틀어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여민지(17.함안대산고) 선수는 대회 MVP(골든볼)와 득점왕(골든부트), 우승컵을 모두 품에 안는 트리플크라운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회 6경기에 출전, 총 8골 3 도움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이날 경기는 난타전으로 진행됐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양 팀은 잇달아 골을 성공시키며 성패를 예상하기 어렵게 했다. 첫 골은 이정은(17.함안대산고)의 발끝에서 나왔다. 경기 시작 6분만에 이정은이 날린 중거리 슛은 그대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공세를 뒤집기 위해 맹공을 펼쳤다. 전반 11분 나오모토 히카루가 왼발로 날린 강력한 중거리슛은 골문으로 들어갔다. 이어 전반 17분 다나카 요코가 한 골을 추가, 2-1로 순식간에 역전했다.

    이 때 교체멤버로 투입된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은 전반 종료 직전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아름의 오른발 프리킥은 그대로 크로스바를 넘기는듯 했으나 골문을 앞에두고 뚝 떨어지며 골망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2-2 동점으로 시작된 후반전은 시작 11분 만에 가토 치카에게 추가골을 허용, 다시 역전의 쓴맛을 맛봤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이소담(16.현대정과고)이 후반 34분 호쾌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3-3 동률을 이뤘다.

    후반전을 3-3으로 마친 양 팀 선수들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이끌고 연장 전후반 30분 경기를 추가 득점 없이 마쳤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한국과 일본은 각각 한 번씩 실축을 하며 5번 키커까지 4-4가 됐다. 일본의 6번 키커 무라마츠 도모코의 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기회를 잡은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 키커로 나선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가 침착하게 일본의 골망을 가르며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시상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은 태극소녀들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며 떠난 원정길이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하며 정상에 선 그들의 눈물에는 설움과 기쁨이 교차됐다.

    이날 경기에서 8골로 득점왕과 MVP에 오른 여민지의 골포는 침묵했다. 그러나 한국은 3골을 몰아쳤고 승부차기의 접전 끝에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한국이 한 명의 스트라이커만으로 결승에 오른 것이 아니라 빼어난 실력을 갖춘 우리 선수들 모두가 함께 일궈낸 성과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