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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을 다녀 온 후에 김민성은 도서관을 바꿨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옮긴 것이다.
윤지선은 물론이고 하주연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뚜렷한 이유는 없다.그러나 동해안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했다.
생각하기도 싫었으니까. 물론 둘과의 섹스 추억은 가끔 김민성을 흥분기키기도 했다.
섹스 자체는 좋았다. 호흡이 맞았으며 쌍방은 만족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단 말인가?
그것으로 끝이다. 길가의 식당에서 밥 맛있게 먹고 나온 기분일 뿐이다.구청 도서관에 다닌 지 보름째가 되는날 오전, 도서관 안에서는 아예 핸드폰의 전원을 꺼 놓았기 때문에 잠깐 밖으로 나온 김민성이 문득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전원을 켰더니 문자메시지가 떴다. 윤지선이다. 지난번 통화 후에 이쪽이 연락을 안했더니 분위기를 눈치 챈 듯 통신이 끊겼던 것이다.
「형, 부담 갖지말고 가끔 연락이나 해. 도서관도 안 나오고 어디로 잠적한 거야?
몸 풀고 싶으면 언제라도 연락해.」마지막 대목을 읽던 김민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윤지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쪽과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도서관의 그늘진 계단에 앉은 김민성이 휴대폰의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 곧 윤지선이 응답했다.
「형, 드디어 미끼를 물었네.」
윤지선이 웃음 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내 몸이 이쁘게 느껴진 건 첨야.」
「너, 그러다 프로된다.」
「염려마. 살 빼고 있으니까. 살과 성욕은 비례 한다는 거야.」
「어떤 엠시가 그래?」
「내가.」
해 놓고 윤지선이 목소리를 낮췄다.「형.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이 있어. 어떤 것부터 들을래?」
「다 듣기 싫어.」
「먼저 좋은 소식.」
잠깐 뜸을 들인 윤지선이 말을 잇는다.
「내가 보름동안 5키로 뺐다는 것, 특히 뱃살이 빠졌어.」
「네 아랫배 탄력이 일품이었는데 나한텐 배드 뉴스다.」
「침대 뉴스라고 들리는고만.」
「야가 그동안 많이 달라졌네.」
「그래. 밑으로 우유를 많이 먹어서 그런다 어쩔래?」
「보름동안?」
「아니, 그 전에.」
「야, 이젠 그만 전화 끊자.」
「나쁜 소식은 재희가 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는 거야.」
「어떤 놈?」
했지만 김민성의 입술이 저절로 일그러졌다.그놈이다. 박재희하고 모텔에서 같이 나오던 놈.
박재희의 어깨를 한팔로 감싸안고 있었는데 그 얼굴에 떠오른 웃음이 지금도 선명하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나온 손님의 표정. 김민성은 절대로 그런 모습을 한 적이 없다.
그놈은 경박하고 무례한 놈이었다. 그런 놈하고 내 집, 아니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했던 「영산」 모텔에 들어가다니. 나쁜 년.그때 윤지선이 말을 이었다.
「어제 재희 만났더니 이제 슬슬 형 잊는대. 인생이 그런거 아니겠니? 하는 걸 보니까 진짜 같았어.」
「그 새끼가 좀 고전할텐데.」마침내 김민성이 한마디 했다.
윤지선이 가만있었으므로 김민성이 천천히 말을 잇는다.
어쩔 수 없다. 나도 평범한 남자다.「내가 그 기집애 조개를 잔뜩 넓혀주었거든. 장담컨대 그놈 힘들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