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어때?」
    하고 하주연이 물었으므로 김민성은 풀석 웃었다.

    모텔방 안, 열어젖힌 베란다쪽 창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보인다.
    그 옆쪽이 동해 바다여서 비린 냄새와 함께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성이 하주연의 허리를 당겨 안는다.
    둘은 알몸으로 침대에 엉켜 누워있었는데 조금 전에야 몸이 떼어졌던 것이다.

    김민성의 가슴에 턱을 내려놓은 하주연이 시선을 준 채 다시 묻는다.
    「나 좋았어?」
    「응.」
    「지선이하고 비교해서 어때?」
    「물론 네가 더 나아.」
    「흥, 뻔한 립서비스지만 괜찮네.」

    쓴웃음을 지은 하주연이 머리를 떼더니 김민성의 팔을 베고 나란히 눕는다. 그리고는 두 다리를 주욱 뻗었다.
    「아, 넘 좋았어. 스트레스 쫙 풀었다.」
    「그럼 오늘밤만 동해에서 자고 내일 서울로 돌아가자.」

    김민성이 말하자 하주연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형. 이젠 맘이 평온해졌어.」
    「다행이네.」
    「진짜야. 멋진 섹스가 그렇게 만든 것 같어.」
    쓴웃음만 짓는 김민성에게 몸을 붙인 하주연이 큭큭 웃었다.

    「내가 강릉 한성호텔에 있다고 하니까 그놈이 뭐라고 한 줄 알어?」
    「뭐라고 했는데?」

    「아아, 그래?」사내 목소리로 하주연이 말을 잇는다.
    「강릉에 갔어? 그렇구나.」
    「......」
    「그놈은 우리 부모한테도 다 결혼승락을 받았어. 내가 졸업하면 바로 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천정을 향하고 누운 하주연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돌아가면 바로 엄마한테 말 할거야. 그럼 난리가 나겠지만 확실하게 끊어지겠지.」
    「......」
    「아버지가 병원도 지어주기로 했는데, 나쁜자식.」
    「뭐 703호실에 있는 애 집에서 지어줄테니까 그딴 걱정은 마.」

    달래듯이 말한 김민성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 또한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 집 사주고 차 사줄 판검사, 외무고시 패스한 놈, 또 다른 의사들 말이다.」
    「형, 비꼬는거야?」

    따라 일어선 하주연이 팬티를 찾느라고 방바닥을 둘러보면서 묻는다.
    김민성이 먼저 하주연의 팬티를 찾아내 건네 주면서 말했다.
    「아냐, 절대로. 진심으로 널 생각해서 한 소리다.」
    「난 형같은 남자도 좋아.」

    팬티를 입은 하주연이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똑바로 김민성을 보았다.
    「어디 취업만 해. 내가 후보로 등록 해 줄테니까.」
    「아서라. 말어라.」

    이번에는 하주연의 브레지어를 찾아든 김민성이 건네주면서 다시 웃는다.
    「내 주변에도 여자가 얼마든지 많단다. 격이 다른 집안에 가서 코피 터질 이유가 없단 말이다.」
    「좀 독특해. 형은.」

    셔츠를 입으면서 하주연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잇는다.
    「그래서 내가 땡겼는지 모르지만 말야.」

    김민성의 머릿속에 문득 박재희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박재희는 식당을 하는 홀어머니의 외동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