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김민성은 침대 옆 탁자에 놓여진 탁상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반이다. 갈증이 났으므로 몸을 일으키던 김민성의 머릿속을 어젯밤의 기억이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갔다.

    윤지선과의 섹스는 좋았다. 황홀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섹스는 양쪽의 호흡이 맞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요즘에야 깨우친 김민성이다.

    윤지선과는 시쳇말로 궁합이 잘 맞았다. 음양의 호흡, 풍만한 윤지선의 몸이 그토록 탄력이 강하고 부드러우며 강약의 조절이 훌륭한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민성이 거실로 나왔을 때 주방에 서있던 하주연이 몸을 돌렸다.
    그 옆에 선 윤지선은 기척을 들었을텐데도 등을 보인 채 일하고 있다.

    「형, 점심먹고 강릉으로 가자.」
    하주연이 생기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경포대 한성호텔 스위트로 예약했어.」
    「어휴. 스위트야? 그거 비쌀텐데.」
    「됐네요.」
    하면서 돌아선 하주연이 냄비 뚜껑을 열어보면서 말을 잇는다.
    「거긴 침대방하고 온돌방 두 개 뿐이니까 둘이 한방을 쓰셔.」

    김민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젯밤 일을 비꼬는 것이다.

    창 밖의 날씨는 맑았고 바다는 잔잔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김민성이 낮에 먹을 생선 횟감으로 사려고 혼자 대포항에 갔을 때 바지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다. 하주연이다.

    「형, 어디야?」
    「어? 왜?」
    「나도 지금 대포항에 와 있단말야. 지금 어디있어?」
    「어, 국제횟집 앞에. 입구에서 1백미터쯤 들어오면 돼.」
    「알써.」
    하고 전화가 끊기더니 2분도 안되어서 앞에 하주연이 나타났다.

    오늘은 붉은색 소매없는 셔츠, 흰 반바지, 그리고 선그래스를 꼈다. 여전히 눈이 번쩍 뜨이는 모습니다.

    「여긴 왜 왔어?」
    좀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묻고나서 바로 느꼈지만 그렇게 물었더니 하주연이 턱으로 제방쪽을 가리켰다.

    「우리 저기로 가.」
    앞장 선 하주연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김민성이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어?」
    그러나 하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방 끝의 시멘트 블록에 둘이 나란히 앉았을 때 하주연이 바다를 응시한 채 말했다.
    「형, 내일 강릉 한성호텔에서 나하고 쇼를 좀 해줘.」
    「옳지.」

    우선 그렇게 탄성을 뱉아놓고 김민성이 지그시 하주연을 보았다.
    「그럼 그렇지. 네가 일 없이 나를 이곳까지 끌고 왔을 리가 없지. 자 네 음모를 듣자.」
    「한성호텔 703호실에 조우현이란 남자가 내일 투숙해.」
    「옳지.」
    「그놈이 인턴이야.」
    「얼씨구.」

    쓴웃음을 지은 김민성이 지그시 하주연을 보았다.
    「그놈이 여자하고 오는구나. 그렇지?」
    「우연히 핸드폰 메시지를 보고 알게 되었어.」
    「나쁜놈.」
    그래놓고 김민성이 길게 숨을 뱉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 화풀이로 너도 맞바람을 피우려고 했단 말이냐? 어젯밤에 네 방으로 안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