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0대 우주 강국' 진입을 꿈꾸던 우리나라가 나로호의 거듭된 실패로 진퇴양난의 위기를 맞게 됐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오후 6시 40분께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오후 5시 1분 전남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이륙한 나로호가 발사 후 137초 무렵 1단 연소 구간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 1분을 기해 이륙 발사되고 있다. 나로호는 그러나 이륙 55초후에 음속을 돌파했지만, 이륙 약 8분 뒤인 오후 5시9분께 통신이 중단됐다.
    ▲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 1분을 기해 이륙 발사되고 있다. 나로호는 그러나 이륙 55초후에 음속을 돌파했지만, 이륙 약 8분 뒤인 오후 5시9분께 통신이 중단됐다.

    안 장관은 "이륙 후 137.19초까지는 나로호가 정상적으로 비행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지상 추적소와 통신이 두절된 이후 나로호에 탑재 된 카메라를 통해 갑자기 섬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나로호가 비행 중 폭발을 일으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발사 후 137초 뒤 70km 상공에서 통신이 갑자기 두절된 나로호는 음속 돌파에는 성공했으나 페어링 분리 직전 폭발을 일으키며 로켓과 위성 모두 '한 줌의 재'로 돌변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나로호의 발사는 페어링(위성덮개) 일부가 분리됐던 지난해 성과보다도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초래, 차세대 우주강국을 꿈꾸던 한국 과학계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자국의 발사대에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9개 국가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위성 발사는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고도의 첨단기술분야이자 과학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주요한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

    나로호 발사가 결국 실패로 귀결됨에 따라 '스페이스 클럽'에 10번 째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던 우리나라의 계획은 당분간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막대한 개발 비용, 밑빠진 독에 물붓기? = 그러나 자칫 무모해 보이는 이같은 도전을 우리나라가 멈출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개발 기간만 8년에 나로우주센터 건립까지 합하면 총 사업비 8000여억 원이 투입된 마당에 위성 발사라는 목표를 중도 포기한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됨은 물론 막대한 세금을 허튼 곳에 쏟아부었다는 국민적 비난을 모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과연 나로호 발사를 다시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있다.

    지난해 실패 이후 꼬박 10개월 간의 준비끝에 재도전에 나섰던 우리나라는 과학위성발사를 다시 강행할 경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또 다시 쏟아부어야 한다. 만일 내년에 발사를 재개한다면 더이상의 실패는 용납되기 어려울 전망.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기술력과 준비가 필요한데, 지난해보다 한단계 퇴보한 기술력을 선보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과연 내년에는 국민들을 만족케 할만한 수준의 나로호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 항우연은 러시아와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1단계 로켓에서 추락 원인이 발견된다면 생산업체인 러시아 흐루니체프 측에 책임이 돌아간다. 따라서 발사 재개 및 향후 전개될 위성발사프로젝트에서 러시아 측에 보다 많은 요구사항을 내걸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 나로호 실패가 한·러간 공동의 책임이나 한국 측의 명백한 실수로 드러날 경우,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은 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 계획의 전면 수정과 함께 우주강국으로의 진입 자체가 요원한 숙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