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민의 염원을 담아 발사한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발사 후 137초 만에 원인모를 고장을 일으켜 공중에서 추락했다.

    10일 오후 5시 1분 굉음을 울리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이륙한 나로호는 음속 돌파에는 성공했으나 137.19초 돌연 통신이 두절되며 위치가 묘연해 지더니 급기야 오후 6시가 넘은 시점, 1단 분리는 커녕 발사체가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고 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후 6시 30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나로호는 이륙 후 137.19초까지는 정상적으로 비행했으나 이후 지상 추적소와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나로호에 탑재된 카메라에 섬광처럼 밝아지는 장면이 담겨있어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 머나먼 우주의 길...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성공 발사를 기원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관람객(위 사진)들과 추락 소식을 들은 관람객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머나먼 우주의 길...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성공 발사를 기원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관람객(위 사진)들과 추락 소식을 들은 관람객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당초 발사 시퀀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나로호는 발사 후 215초에 고도 177㎞ 상공에서 위성을 감싸고 있던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떨어져 나가고 232초엔 고도 196㎞에 이르러 발사체 1단이 분리돼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137초에 나로호가 폭발을 일으켜 추락했다면 1단 액체엔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25일 나로호 발사를 시도했으나 페어링이 부분적으로 떨어져나가 위성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경험을 안고 있다. 당시 1단 액체엔진이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고도 306㎞가 아닌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분리돼 예정된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페어링 분리 실패로 위성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은 한국으로서는 부분적 성공이며 러시아는 성공"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단 로켓엔진 이상, 러시아 책임 소재 분명

    즉, 러시아에서 제작한 1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실패로 간주하겠지만 한국이 제작한 페어링 등에서 이상이 생긴 것이라면 러시아 측의 실패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200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러시아가 맺은 우주기술협력 협정에 따라 1, 2차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할 시 3차 발사를 하기로 계약한 내용을 의식, 러시아가 책임 소재를 최대한 우리나라 측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만일 이번 나로호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 1단 로켓에 있지 않다면 러시아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며 결국 한국의 실패로 규정, 3차 발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전개할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항우연 측은 "러시아가 맡은 임무는 1단 로켓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과학위성을 본 궤도에 올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 1분을 기해 이륙 발사되고 있다. 나로호는 그러나 이륙 55초후에 음속을 돌파했지만, 이륙 약 8분 뒤인 오후 5시9분께 통신이 중단됐다.
    ▲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 1분을 기해 이륙 발사되고 있다. 나로호는 그러나 이륙 55초후에 음속을 돌파했지만, 이륙 약 8분 뒤인 오후 5시9분께 통신이 중단됐다.

    따라서 항우연은 러시아가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해도 '발사 자체'가 실패한 이상 3차 발사를 러시아에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항우연과 러시아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발사체에 실은 위성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을 '발사 성공'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나로호가 비행시 불꽃색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뀐 점 ▲1단 로켓이 작동하는 중 137.19초에 통신 두절과 폭발 섬광이 발생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만큼은 러시아 측의 책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항공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진이 "나로호의 2단 발사체가 예정보다 빨리 분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한국시간으로 10일 러시아 관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방송사의 자료 화면을 보면 발사 후 137초에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2단 발사체가 너무 빨리 분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의 발언은 러시아에서 제작한 1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향후 3차 발사를 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차 발사 위해 막대한 추가 비용 소요

  • ▲ 나로호가 추락하는 장면.
    ▲ 나로호가 추락하는 장면.

    그러나 러시아가 3차 발사에 동의를 해도 여전히 난제는 남아 있다.

    1, 2차 나로호 발사에서 1단 로켓과 과학기술위성을 모두 소진, 막상 3차 시기에 쏘아올릴 로켓과 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위성의 경우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현재 제작 중인 3호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1,2호가 100㎏급인 관계로 발사 추진체나 시스템이 동일한 사이즈에 맞춰 설계돼 있어 150㎏급인 3호 위성을 탑재할 시 1단 로켓의 설계를 다시 변경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성을 새로 제작한다고 해도 수 개월 만에 다시 만들기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다시 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내년에 3차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항공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1차 로켓엔진에 이상이 생겼다면 이를 수정키 위한 다각도의 연구 검토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차례의 시험 과정을 거친다면 3차 발사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용도 문제다. 지난 8년 간 나로우주센터를 포함해 8000여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 나로호 발사 프로젝트는 위성 1개만 해도 개발비용이 136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이 된 국책사업이다.

    물론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에서 이번 나로호 추락이 러시아 측의 책임으로 결론이 날 경우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한 번 더 위성 발사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에 관련 비용을 지불할 필요할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 위성 제작이나 각종 시험·테스트 비용은 고스란히 지출해야 한다.

    나아가 러시아 측이 고집을 피워 별도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3차 발사가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