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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후보들은 국민 위에 계십니까?
평택 제2함대 안보 공원에서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천암함 전사자 46명의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에, 46용사들의 관이 대전 국립현충원에 도착하여 가족들의 오열 속에 하관(下官)되던 바로 그 순간에, 두 분의 유력한 정치인이 호텔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경기도 야당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참당 후보였습니다. 한 분은 두 번이나 부총리까지 역임하셨고 또 한 분은 장관을 지내셨으니, 지금은 야당에 계시더라도 의당 국가적 슬픔에는 동참하시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합당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지사에 출마하신 두 분께서 혹시 모르실까봐 덧붙이자면, 평택은 경기도에 있고 순국(殉國) 장병 중 12명의 전사자가 경기도 도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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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호텔에서 만난 민주당 김진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고관대작(高官大爵)을 역임하신 두 분은 나라를 지키다 생명을 바친 전사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라야 어찌되든 말든, 장병이 전사하건 말건, 나만 잘되면 그만이다, 이런 겁니까. 국민들의 의견은 다 아랫것들 의견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고, 그저 우리 둘이서만 합의하면 만사 오케이다, 이런 뜻입니까. 입만 열면 서민과 국민을 위한다고 큰 소리 치지만, ‘희생은 서민이 하고 과실은 내가 먹겠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시종하신 것은 혹시 아닙니까. 평범한 국민은 그래서 울고 싶습니다.
두 분은 커다란 사진 속에서 말 그대로 파안대소(破顔大笑), 가가대소(呵呵大笑), 좋아서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겨있던 바로 그 시간에, 조문 리본도 달지 않고, 검정 넥타이 대신 파스텔톤의 화사한 넥타이를 맨 채 사진기자를 향해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두 분을 보면서 왠지 처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꽃 같은 생명들을 존중하지 않는 분들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아직도 생각하신다면,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고귀한 넋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어떤 경우든 우리 민족과 나라를 우리 손으로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지도자를 희망합니다.
작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분한 자유도 모두가 그들의 희생 덕분임을 우리는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천암함 전사자들과 한주호 준위, 그리고 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