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 감히 이런 제목의 글을 한 편 올립니다. 70년대 초에 동아일보에 짧은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나의 칼럼의 제목 하나가 “내가 대통령이라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글의 대부분이 지금도 기억됩니다.

    “그 혹독하던 일제하에서도 시인 홍로작이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시를 썼다. 그렇다면 민주시대를 사는 내가 ‘내가 대통령이라면’이라고 한 마디 하면 어떻냐” 이렇게 전제하고, 대통령이면 그만이지 각하니 각상이니 제발 부르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의 노모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 안하면서 청와대에 햅쌀을 진상하는 놈들도 괘씸하다고 하였습니다.

    그 칼럼에서, 청와대는 월말에는 반드시 가계부를 공개하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주는 금일봉의 액수는 얼마나 되며, 쌀값도 찬값도 두부 값도, 한 달 마신 소주 값도 공개하라고 했습니다.

    그 글을 받아들고 동아일보의 담당 기자가 난색을 표명하며 도저히 실을 수가 없다고 하여 싣지를 못했습니다. 그 기자의 이름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칼날이 시퍼렇던 그 시절에 싣지 못할 글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위대한 국민으로 자부하고 사는 이 개명한 시대에 “내가 대통령이라면” 한 마디 하는 것이 법에 저촉될 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민주노총도 전교조도 공무원노조도 저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이 태평성대에 이렇게 한 마디 하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천안함이 격침되었다는 정보에 접하자마자, 공연히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회의를 세 차례, 네 차례 소집하여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방장관을 불러 비상계엄령을 준비하라고 명령하겠습니다. 그런 비상사태가 또 있을 수 있습니까. 6·25 남침에는 아무 준비가 없어서 얻어 터진 게 아닙니까.

    김정일 편에 서서 대한민국을 헐뜯기만 하는 입만 살아있는 요 고약한 놈들은 군사정권하에 갇혀있던 의왕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 분산·수용하고 일단 인신보호영장(habeas corpus)을 당분간 대통령 직권으로 정지시키겠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때, 북에 침투하여 남군을 두둔하던 반동분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 놓기 위해 취한 비상수단이었습니다.

    즉시 전군의 전투부대를 휴전선 전역에 배치하고 대북방송을 요란하게 재개하여, “까불면 죽는다”고 우리가 먼저 호통을 치고, 공군전투기가 휴전선 상공을 날게 할 것입니다.

    “그러다 전쟁나면?” 걱정되십니까. 전쟁할 각오를 하고 위기에 직면하면 전쟁이 나지 않고, 전쟁이 날까 봐 벌벌 떨면 전쟁이 터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 몸이 오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것이 다행입니까, 불행입니까. 어쨌건 대통령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