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7년 11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씨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横田早紀江)씨가 김정일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요코타 씨는 ‘딸 메구미에게 보내는 편지’와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각각 작성해 최근 공개했다.
    메구미는 1977년 13세의 나이에, 일본 니가타 현에서 북한에 납치됐다. 김정일은 2002년 북일정상회담에서 요코타의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메구미가 1986년 김철준과 결혼해 1987년 딸 혜경을 낳았으며 1994년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북조선은 이른바 요코타의 유골을 일본에 넘겨주었으나 일본 측은 DNA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유골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후 김혜경의 DNA를 입수해 조사하고, 아버지 김철준이 1978년 전라북도 선유도에서 납치된 김영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 요코타 사키에씨 ⓒ 자료 사진 
    ▲ 요코타 사키에씨 ⓒ 자료 사진 

    요코타 사키에 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엄마는 절대로 믿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건강했던 메구미가 그렇게 간단히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라고 간절한 모정을 표시하고 “너희들이 납치된 사실을 슬퍼하고 인정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목숨을 걸고 반드시 데려오리라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만나리라는 것을 늘 믿고 있어”라고 적었다.
    또 손녀인 혜경이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도 담아 “혜경이 말이야, 엄마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나서 벌써 많이 자랐던데, 엄마는, 혜경이가 너의 어렸을 적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많이 놀랐단다”라고 회상했다.

    요코타 사키에 씨는 또 김정일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당신도 자식을 소중히 여기는 부모라면서, 일본의 자식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그런 당연한 일을, 사람이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어째서 실행하여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당신도 죽습니다. 죽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슬픔을 안은 많은 사람들이 ‘아, 다행이다, 만나서 다행이다, 만나게 해주어서 다행이다, 만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생각하고 말 할 수 있도록 좋은 일을 하나 해 놓고 세상을 떠나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요코타 사키에 씨는 또 “전 세계로부터 당신이 보호되기를 바라며 당신이 회개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우리 일본의 가족들을 즉시 돌려보내 주십시오. 마음속 깊이 부탁드립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다음은 편지들의 전문이다.

    [사랑하는 딸, 메구미에게 보내는 편지]

    정말 기나긴 세월동안, 네가 아빠 엄마로부터 떨어져서, 그리고 아빠 엄마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북한이라는 나라 안에 갇혀버린 사실을 알고 정말로 놀랐단다.
    긴 세월 동안, 20년이나 네가 없는 니가타의 쓸쓸한 집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해안을 거닐며, “메구미, 정말 어디 간거니” 하면서 너를 찾아 헤맸단다.
    아빠와 엄마는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매일 울며 지냈었는데, 한국으로 망명한 한(대남) 공작원으로부터 네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때는 정말 기뻤어. 메구미가 살아있었구나, 이렇게 긴 세월 떨어져 있었는데 역시 살아있었구나 하면서 정말 다행이다고 생각했단다.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북한이라는 나라는 참 쉽지 않은 나라인지라 좀처럼 만날 수가 없구나. 그리고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엄마는 절대로 믿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건강했던 메구미가 그렇게 간단히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니가타의 눈 내리던 추운 날 보다 훨씬 더 추운 북한에서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매일 매일 생각한단다. 겨울이 오면, 이곳 따뜻한 방안에서 함께 지내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네 사진을 가슴에 얹는단다. 그리고 혜경이 말이야, 엄마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나서 벌써 많이 자랐던데, 엄마는, 혜경이가 너의 어렸을 적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많이 놀랐단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가와사키라는 곳인데, 우리집 12층에서 바라보면, 너와 함께 자주 놀러갔었던 후지산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인단다. 후지산이 새하얗게 보여.
    빨리 혜경이와 함께 네가 이곳으로 돌아와서 우리 모두 함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타쿠야와 테츠야에게는 남자아이들 뿐이지만(메구미의 쌍둥이 남동생들) 이렇게 설날이 오면 모두 함께 떡국을 먹는단다. 네가 없어도...옛날의 그때처럼 떠들썩하게 보내기를 항상 바라며 기도하고 있지.

    그렇게 쓰러지지 않고 기다리느라면, 반드시 네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엄마와 아빠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우리와 같은 상황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어느 아버지, 어머니도, 그리고 형제들도, 포기하는 사람이 없단다.
    너희들이 납치된 사실을 슬퍼하고 인정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목숨을 걸고 반드시 데려오리라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만나리라는 것을 늘 믿고 있어.

    그리고 메구미. 일본의 국민들에게도 열심히 호소해 왔기 때문에, 많은 일본 국민들은 너희들의 상황을 확실히 알고 있고, 모두 함께 구출하자며 노력하고 있단다.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여러 가지 추억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추억들을 잊지 말고 가슴에 꼭 안고서 아빠 엄마를 기다려 줘.
    착한 메구미였으니까, 건강하고 노래를 잘하는 메구미였으니까, 그런 너의 모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엄마는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단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 착한 메구미가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까...메구미야, 정말 정말 일본의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으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있어 주렴. 머리흰 이 엄마가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 

    김정일 님. 저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엄마입니다. 당신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우리들 가족과 많은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을 당신의 방 안에서 지켜보고 있으신가요?
    당신도 소중한 세 자녀의 아버진가요?
    우리도 당신처럼 자식들을 열심히 길러온 부모였지만 지금은 납치 피해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런 일본의 부모들 중에는 자식을 돌려받지 못한 채, 만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신도 자식을 소중히 여기는 부모라면서, 일본의 자식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그런 당연한 일을, 사람이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어째서 실행하여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그가 누구이든, 우리들 사람은 누구나가 목숨의 한계를 두고 있습니다. 많아야 90살까지라는 말도 있는데, 소중한 인생을 어째서 이렇게 마구 다루며, 그 많은 사람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도 죽습니다. 죽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슬픔을 안은 많은 사람들이 “아, 다행이다, 만나서 다행이다, 만나게 해주어서 다행이다, 만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생각하고 말 할 수 있도록 좋은 일을 하나 해 놓고 세상을 떠나 주십시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라도 죄를 범하지만, 회개할 때에는 진정하고 바른 모습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부디 그러한 것들을 새겨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그러한 일들이 있을 경우, 일본의 부모들과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매우 높은 수준의 과학과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아이들이 불행한 일을 당한다면 어느 때든지 모든 상황을 전부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전 세계에도 알려지게 됩니다. 부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없도록,
    전 세계로부터 당신이 보호되기를 바라며 당신이 회개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우리 일본의 가족들을 즉시 돌려보내 주십시오. 마음속 깊이 부탁드립니다.

    2010년 1월, 요코타 사키에(横田早紀江)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