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된 온실가스가 인류의 앞날을 위협하는 암운(暗雲)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난 1백 년 동안 지구 온도가 섭씨 0.74도 높아진 것도 심상치 않은데, 한반도는 그 배가 넘는 1.7도나 올랐다.

    지난 11월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최대 권고치인 30퍼센트 온실가스 감축을 공표했다. 1백 년간 온실가스 누적배출 세계 22위, 온실가스의 주종인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2007년 기준)를 기록한 한국으로서는 대단한 ‘결단’이었다. 이러한 결단은 한반도의 이상기후 대처는 물론 이상기후로 빈발하는 전 지구적 재앙을 줄이려는 국제적 노력에 일조하려는 거보(巨步)라 하겠다.

    1992년 세계 각국이 리우 환경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확인한 후 온실가스 감축이 목표인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고,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선진 의무감축국 약 40개국이 2008~2012년 사이 1990년 대비 약 5퍼센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할 때만 해도 우리는 ‘구름 잡는 생소리’, 곧 공허한 엄살로 치부했다. 산업 고도화에 골몰하던 우리에게 온실가스 감축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였다.

    그랬던 우리가 사태가 심상찮음을 깨달은 것은 2007년 세계 각국이 ‘발리 행동계획’을 통해 교토의정서 시한인 2012년 이후 대책을 궁리할 즈음이었다. 이 회의에서 올해 12월 7일부터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 개최를 결의했다. 
    당사국총회를 결의한 주요 목적은 교토의정서를 부정한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신생 공업국의 참여를 유도하려 함이었다. 그때 자칫 의무감축국에 포함돼 급격한 환경규제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우리 정부는 측정, 보고, 검증이 가능한 수준의 ‘국가적정감축행동(NAMA) 등록부’라는, 의무감축국과 비(非)의무감축국 틈새의 ‘제3의 길’을 열어 놓는 데 성공한다.

    이 연장선에서 2008년 7월 도야코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비의무감축국 가운데 한국이 앞장서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감축 조치가 국가적 부담임을 모르는 선택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같은 밝기를 유지하지만 전기 소모량은 10퍼센트에 불과한 LED등으로 조명등을 교체하려면 비용이 무척 많이 든다. 국민 부담은 물론이고 국가의 경제성장률까지 주름지게 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한다. 저탄소, 곧 탄소를 저감하는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축적된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거기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고, 이를 산업화하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녹색성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우리보다 앞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선진국조차 ‘저탄소정책’에만 급급하는 사이 우리는 온실가스 먹구름의 ‘해악(Vice)’은 줄이고 성장의 ‘덕업(Virtue)’은 계속 탄력을 받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점을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도출한 감축 목표치를 놓고 그 사이 국내에서는 공방이 많았다. 산업계는 국민경제에 주름이 간다며 낮춰야 한다, 반대로 환경단체에서는 지구를 살리자면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IPCC 최대 권고치를 탄소감축 목표로 확정한 것은, 대통령이 단언했듯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처는 목표를 의욕적으로 잡음이 세상살이의 지혜”라 믿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먹구름을 줄이겠다”는 우리의 결단은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회의에서 세계 열강들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았다. 인류 생존에도 기여할 미래지향적 국정 과제에 이제 우리 국민이 녹색생활을 통해 적극 호응하고 참여해줄 차례다. 통일 이후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오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탁자에 오른 생수는 어김없이 페트병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에 담겨 있다. 온실가스라는 먹구름, 그 구름도 잡을 수 있다는 독일 국민의 의지 표출인듯 싶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