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법과 관련해서만은 친박연대와 박근혜 씨의 향배를 긍정적으로 봐줄 수가 없다. 친박연대가 민주당 민노당과 더불어 미디어법을 반대했던 것도 그들이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한에는 이해할 수 없고, 박근혜 씨가 여야 합의처리를 주문한 것도, 될 법한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민주당 민노당은 지금과 같은 KBS-MBC의 뉴스 독점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곧 자기들의 정치생명이 위협당하는 것이라고 보아 미디어법을 목숨 걸고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박근혜 씨 계열이 그런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그런 민주당, 그런 민노당과 함께 한 배를 타겠다고 했는가? 친박연대는 범좌파의 일원인가? 그런 축에 끼지도 못할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야 합의처리라는 것도 도대체 될성부르지도 않은 것인데, 박근혜 씨는 자기라면 마치 여야 합의처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으니, 그렇다면 박근혜 씨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한 번 합의를 해보지 그러는가? 한나라당 안(案)의 핵심을 죽이고, 민주당, 민노당 안의 핵심을 대폭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닌 한계 내에서 말이다. 이쪽 노른자위를 죽이고 저쪽 노른자위만 살리는 방식의 합의처리라면 그건 합의처리도 아닐 뿐더러, 당초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이미 1년 이상 국회에서도 옥신각신 합의를 해보려고 한 것이고, 원외에서도 몇 달 씩 허송세월을 하면서 다투다 다투다 이젠 아예 지쳐 나자빠지다 싶히 한 사안이다. 합의를 할 수 있었으면 해도 벌써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씨는 누가 마치 합의를 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이라는 듯 "합의처리를 해야…" "얼마든지 합의처리 할 수 있다" 라는 투로, 그것도 표결을 앞둔 백병전 5분 전에 살짝 몸을 빼며 그렇게 말했으니, 박근혜 씨는 한나라당 아닌 딴나라당 사람으로서 그 동안 어디 휴가라도 가 있었나?

    박근혜 씨와 친박 연대는 KBS-MBC로 표상되는 한국 범좌파의 본질과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그렇게 순순히 KBC-MBC적 이념 이외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게 되는 상황을 합의처리 해 줄줄 아는가? 물론 최후 순간까지 인내하고 합의처리를 추구하는 성의 자체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그런 절차를 처음부터 외면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필자는 박근혜 씨가 좋은 인재라고 보는 사람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그의 선전을 기원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사안에 따라 그에 대해 시시비비도 못하고 안 할 정도로 그를 무조건 추종만 하는 그의 팬클럽 회원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게 언론의 정도일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필자는 미디어법에 관한 한 박근혜 씨와 그의 추종자들의 운신에 대해서는 썩 잘한다고 해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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