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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7일(폴란드 현지시간)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 영빈관에서 유럽 유력 뉴스전문채널 '유로뉴스(Euro News)'와의 인터뷰에서 소위 '햇볕정책' 평가를 묻는 질문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과거 정부의 '대북 퍼주기'가 북한 핵무장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의혹이 일고 있다"는 간접 표현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 퍼주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현직 대통령이 직접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이다. 또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후 남북관계 경색 책임을 두고 벌어지는 '남남 갈등'을 차단하고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지원이 북한 핵개발로 전용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북한에 건네진 현금은 29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만드는 대량살상무기가 다른 국가에 전수되고, 또 핵물질이 넘어 가면 핵 보유 의혹을 받는 나라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제재 같은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도록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굳건하게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다고 본다"며 "유럽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해왔으므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제재 목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 대화를 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동 테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적 단위로 볼 때 북한이 위험한 국가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고, 그래서 이 문제에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를 구하자 이 대통령은 "사실 가장 폐쇄된 사회 지도자"라며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관련, "가능하면 7, 8월 중 최종합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오랫동안 협의해 왔으므로 대략 내용은 합의됐다. 몇몇 개별 국가 의견을 종합하는 일이 남았다"고 밝혔다. 한·EU FTA 체결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자동차가 유럽에 대거 수입되면서 유럽 자동차가 밀려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차는 값싼 차가 아니며 가격 면에서 유럽차와 비슷하고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요즘 한국에 유럽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유럽차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과 EU 양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예방 의미에 대해 "교황과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분단된 대한민국과 북한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발표한 재산 기부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나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으나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대통령까지 됐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땀 흘려 모은 내 재산을 되돌려주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했으며 대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을 인터뷰한 유로뉴스는 유럽 22개국 공영방송이 1993년에 공동설립한 회사로 전 세계 142개국에 위성 및 케이블을 통해 8개 언어로 뉴스를 동시에 송출하고 있다. 2억5000만 가구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럽내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