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7일(폴란드 현지시간) 유럽 유력 뉴스채널인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행해진 이른바 '대북 퍼주기'가 북한의 핵무장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핵 도발이 가능하게 된 이유가 과거 정권의 대북 현금지원 때문이라는 주장은 북한전문가나 보수진영에서 수차례 제기돼왔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데서 강도가 더하다는 평가다. 더우기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북한을 많이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의 대북 신뢰도는 이전보다 많이 후퇴했다"는 지적보다 직접적이고 공세적으로 들린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후 남북관계 경색 책임을 두고 벌어지는 '남남 갈등'을 차단하고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 정부 대북정책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과거 정권 인사들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직접 반박한 의미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평소 생각과 다름없으며 국민의 평균적 인식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 아니냐"며 '같은 샘물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북한에 지원되는 현금에 꼬리표가 필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고"…'지원금 핵개발 전용 막겠다' 의지

    다른 관계자는 "대북 지원이 북한 핵개발로 전용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되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사용돼야 하며, '꼬리표 없는' 현금을 '묻지마'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동안 북에 지원된 돈은 29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김대중 김정일 만남 당시 현대아산이 7대 대북사업 독점과 개발권 명목으로 지불한 대가 4억5000만달러와 금강산.개성관광 5억3890만달러, 각종 사회문화교류와 민간교역으로 지원된 현금을 포함한 수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진정으로 도울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고 자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폴란드 동포간담회에서도 "북한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우리는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으로 일컬어지는 대북정책 기조는 비핵화와 개방을 이끌어 북한이 개인소득 3000달러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일러주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도발과 관련해 국제사회 공조, '과거에 없던' 제재를 강조해왔다.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 입장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개발 지원'이라는 길을 열어두고 핵포기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