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동행 없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예전 같으면 ‘궁상맞다’는 소리듣기 딱 좋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턴가 당당히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 말하며 ‘혼자 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의 존재를 증명하듯 요즘 어느 식당이나 까페엘 가봐도 으레 1인용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며, 바(bar) 형태로 좌석을 배치해 혼자 오는 손님을 배려한 고기집도 생겼다. 여행사마다 1인 여행 패키지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가 하면 피부관리실 일색이던 이·미용 시장에도 셀프 (self)를 컨셉트로 한 피부 및 몸매 관리 제품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들 나홀로족이 생긴 배경으로는 우선 문화의 다양성과 개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변화를 들 수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과 고용불안정 등의 원인으로 이른바 ‘생존형 나홀로족’이 등장한 것. 몰려다니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에 힘쓰고 가계부담도 덜어보고자 하는 이들 생존형 나홀로족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집 밥 먹고 엥겔지수 낮춘다” _ 1인용 밥솥, 100g들이 소포장 반찬 등

    광고대행사 직원 신형일 씨(30, 남)는 자취 10년차다. 밥하기 귀찮아 습관처럼 외식을 하거나 시켜먹기 일쑤였으나 최근 미니형 가전제품을 사두고 적극 이용하고 있다. “전엔 밥을 하면 늘 남아서 버리곤 했으나. 1인용 밥솥으로 한 끼 먹을 양만 할 수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 걱정이 없어 좋다”

    요즘 1인용 밥솥은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려 사용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한 끼 분량의 밥을 지을 수 있어 편리하다. 게다가 계량컵이 들어 있어 요리에 미숙하더라도 용량을 맞출 수 있으며 밥뿐만 아니라 라면 계란찜•찌개류 등 다양한 요리도 가능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반찬전문점에서도 나홀로족 구미에 맞춰 반찬을 100g 정도 작은 단위로 포장해 팔거나 한 사람이 한번 먹을 수 있는 분량의 반찬을 3~4가지 모은 세트 메뉴를 구비해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 회가 6~7조각 들어 있는 1인용 생선회나 1인용 피자, 미니어처 술 등도 나왔다.

    먹다 남은 식재료를 보관하기 좋은 아이디어 제품도 있다. 남은 식재료를 지퍼 진공백에 넣고 밀폐기로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유통기한을 몇 배나 늘릴 수 있는 제품은 기발하면서도 경제적이다.

    "점심시간 쪼개 자기계발" 학원 문화센터 등

    무역업에 종사하는 김지현 씨(28, 여)는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2~3일은 샌드위치나 편의점 김밥 등으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남은 시간에는 회사 근처 영어학원에 다니는 중이다.  “점심 시간마다 식당에 줄 서 기다리는 시간만 해도 10~15분이다. 돈도 그렇지만, 시간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나만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려는 직장인이 많아진 요즘이다. 그러나 야근이 잦고 ‘칼퇴근’이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차라리 점심시간을 쪼개 활용하자는 직장인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부분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 몸매 관리와 건강관리에 열중하거나 골프나 수영 등을 배우는가 하면 가까운 어학 학원에 등록해 비즈니스 영어회화, 중국어, 일어 등에 도전한다.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나 강남일대의 학원엔 점심클래스가 없어선 안 될 정도로 호황이라고.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학습지나 전화, 인터넷을 활용해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요리 수업, 와인이나 커피 클래스에 참여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이들도 있다.

    덩달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핫도그와 원두커피 매출도 늘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외모관리 셀프(self)로 알뜰하게~”_몸매, 피부, 헤어 등 셀프 스타일링 제품

    학원강사 임진희 씨(32, 여)는 올 여름 바캉스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몸매 관리에 돌입했다. 전문관리숍에 다녔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에서 혼자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셀프 기구들을 구매했다. “일 때문에 따로 시간 내기도 힘들어 휴대용 운동기구와 패치 제품 등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뱃살 관리는 자기 관리로 여겨지고 ‘완소 몸매’ 필수 요소로 탄탄한 복부가 1위로 꼽히는 시대다. 휴대용 복부운동기구를 가지고 다니며 업무 중, 이동 중 틈틈이 사용하면 시간 비용 모두 절감하며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다. ‘슬렌더톤’은 소모품인 건전지와 패드만 정기적으로 교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 운동기구다.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바르는 슬리밍 제품과 패치 제품도 판매 급상승 중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샤워 후나 잠들기 전에 바르고 붙여놓기만 하면 달리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간편하다. 신고 걷기만 해도 다리가 날씬해진다는 다이어트 기능성 샌들도 있다. ‘핏플랍’은 발바닥 전체로 걷도록 유도해 일반 신발보다 하체 근육을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한다.

    헤어숍에 가지 않아도 방금 세팅 웨이브를 하고 나온 듯한 스타일을 연출해주는 세팅기는 TV홈쇼핑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팔려나갔다. 네일숍에서 한 두 차례 받는 비용으로 집에서 간편히 네일케어를 할 수 있는 제품도 올 여름 여성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이다. 피부과에서나 받는 줄 알았던 필링 시술과 유사한 효과를 주는 홈 필링 제품도 인기다. 홈 필링 제품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6~8주 가량 사용하면 되고 가격은 10만원 대부터 50만원 대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