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등 보수 단체에 의해 철거된 뒤에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경 대한문 앞에는 부서진 물건과 쓰레기가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분향소를 지키고 서 있었다. 대한문 앞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으나 부서진 천막이 도로를 침범하고 탁자가 인도 한가운데 버젓이 놓여 있었다. 분향소를 운영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은 모두 무너졌지만 분향소만은 금새 제 모습을 찾았다. 경찰은 분향소를 제외하고 천막이 있던 자리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사건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 ▲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보수단체의 철거작업이 이뤄진 후에도 다시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 뉴데일리
    ▲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보수단체의 철거작업이 이뤄진 후에도 다시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 뉴데일리

    철거는 이날 오전 5시 40분경 국민행동본부 소속 애국기동단 20명과 고엽제전우회 회원 30여명이 현장을 급습하면서 이뤄졌다. 철거는 4분여 만에 종료됐다. 당시 자고 있던 분향소 운영자측은 "천막을 무너뜨려 그 밑에 그대로 깔렸다"고 주장했지만 큰 부상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급습을 당한 분향소 측은 애국기동단이 검정 색 옷을 입고 등장하자 이들을 철거 전문 용역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5일부터 국민행동본부는 조문기간이 끝나자 분향소 측에 "광장 앞과 덕수궁은 문화재 관광명소인데 거기에 천막을 치고 오가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죽은 노무현을 한번 더 죽이는 행위"라며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당시 국민행동본부는 "3일 후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24일 철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는 "이런 장면 숱하게 봤다"고 주장하면서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우겼다. 이들 조직 내에서는 이미 입을 맞춘 듯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의 사주로 철거가 이뤄졌다는 시나리오를 펼쳤다. 이들은 대통령이란 호칭도 없이 "조직적인 지시 없이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 이명박이 부순 것이다"며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분향소를 지키는 자칭 '상주'는 "경찰 60여명이 양 옆으로 포진돼 있었는데 깨부쉈다"며 "어느 나라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느냐. 상가집을 때려엎고. 전직 대통령에게 이렇게 예우 안하면 현직 대통령도 예우 받으려는 생각 말아야 한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전에는 경찰 압력때문에 분향소 철거를 못했고, 엊그제는 중구청이 좌파단체 압력때문에 철거를 못한 상황이었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좌파단체가 경찰 수뇌부에 국민행동본부를 조사하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법 집행을 촉구하면서 법의 보호를 받으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분향소 운영진은 분향소 시설을 고쳐 노 전 대통령 49재가 열리는 다음 달 10일까지 조문객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