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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보 한양대 법대 교수 ⓒ 조선일보 사진DB
서울중앙지검은 18일 MBC 'PD수첩'의 지난해 4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PD와 작가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사건 수사에는 지난해 5월부터 100여 일간 서울 도심 일대를 뒤흔들며 갓 출범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던 촛불시위를 전직 장관의 고소를 빌려 단죄하고자 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는 정치적 논평은 배제하고, "광우병 보도가 불법성이 없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인지"에 관해서만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언론의 자유는 보도 결과에 대하여 절대적인 면책특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은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인격권도 보장한다. 개인의 명예권과 언론의 자유를 조화시키기 위해 현행법은 명예훼손에 민·형사 책임을 지우되 일정한 경우에 면책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책임 외에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 미국에서 명예훼손죄가 사문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독일에서는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주요방편으로 형사처벌에 의존한다. 명예훼손죄 폐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다.
셋째, 공직자도 명예권을 누리므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보도내용 중 순수한 의견을 표명한 부분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으나, 공직자의 무능력, 부도덕성 등 특정 사실을 언급하거나 암시하는 부분은 명예훼손의 죄책을 질 수 있다.넷째, 보도내용이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공익에 관하여 진실을 보도한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 법원은 허위일지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면책해 주는데, 이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도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다섯째, 현재까지 법원은 공인(公人)에 대한 보도라도 그 주요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데도 미진한 조사만으로 진실이라고 속단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이라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인이라는 것 자체가 면책사유는 아니다.
여섯째,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수사는 개시된다. 수사 여부는 검찰의 재량사항이 아니다.
일곱째, PD수첩 제작진이 상당기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여 진술을 받은 후 다음 날 석방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여덟째,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력으로 저지하는 근거로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수 있는 비닉권을 원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행법상 취재원비닉권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특권은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한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어서 기자 본인의 형사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기록할 때 촛불시위를 빼고 무엇을 논할 수 있을 것인가? 비판은 자유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MBC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고 검찰의 임의수사에 협조하는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보였더라면 언론종사자에 대한 체포와 방송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강제수사는 애초에 불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위하여 방송사까지 수색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수사를 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경과를 수시로 공표하여 법정에서보다 여론재판을 먼저 받게 하는 잘못된 관행은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