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사만화가 최OO가 그린 '원주 행복' 제230호 12면 만평.  ⓒ 뉴데일리
    ▲ 시사만화가 최OO가 그린 '원주 행복' 제230호 12면 만평.  ⓒ 뉴데일리

    시사만화가 최OO,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

    고향의 훈훈한 소식을 전해주는 시정홍보지에 '이명박 개OO'라는 욕설이 담긴 낯뜨거운 삽화가 실린채 전국에 살포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 원주시는 지난 1일 '원주 행복' 제230호를 발행하며 12면 시사만화 코너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한 가족이 '호국영령'이라고 쓰여진 비석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는 그림 컷을 게재했다.

    문제는 비석을 받치고 있는 제단 옆에 '이명박 개OO', '이명박 죽OO'라는 육두문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것. 물론 이 문구는 가로로 쓰여있고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좌우가 바뀌어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저 아무런 의미 없이 그려진 제단문양으로 보이기 쉽상이다.

    원주시는 자신들의 시정홍보지에 국가원수를 원색적으로 모욕하는 글귀가 실린 줄은 까맣게 모른채 홍보지가 배포된 지 2주나 지나서야 사태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자체 조사로 발견된 것이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공식 블로그에 한 시민이 문제의 그림을 캡처, 화면을 올리면서 비로서 알려지게 됐다.

  • ▲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문구를 세로로 살펴보면 '이명박 개○○, 이명박 죽○○'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붉은 원안).  ⓒ 뉴데일리
    ▲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문구를 세로로 살펴보면 '이명박 개○○, 이명박 죽○○'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붉은 원안).  ⓒ 뉴데일리

    이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의원님의 블로그에 어떤 분이 관련 그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신 후 '그냥 잘 한번 살펴보라'는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면서 "이에 의원님이 이게 뭔지 정확히 알아보라고 지시를 하셔서 원주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그쪽에선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눈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나중에 알아보니 비석 아래 문양이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했고, 의원님 역시 시청 측에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주시청은 "해당 작가 최OO가 개인의 사견을 교묘하게 넣어놨다"며 "우리를 속인 것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고 고발 조치를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정 홍보지를 마감할 때 우리 역시 수차례 교정을 본다"며 "이 분이 한두번 만화를 그려온 것이 아니라, 전문시사만화가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와 설마 이같은 사견을 집어 넣을지는 꿈에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마디로 황당스럽고, 이 사건 때문에 시청 전체가 초비상이 걸렸다"고 토로한 이 관계자는 '시사만화가가 원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분들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동안에도 수차례 '시정홍보지는 공익신문이니까, 개인적 논조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고, 최OO도 이를 충분히 인지해 지금껏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통령을 향한 욕설을 그림에 삽입한 작가 최O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아볼 수 없게 그려 넣어 괜찮을 줄 알았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지만 시사만화가로서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시사만화의 생명력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주시청의 시정홍보지 '행복 원주'는 월 2회, 2만부씩 발행이 되며 주로 관내 읍·면사무소나 동 주민센터 등에 발송되지만 이 중 2천부 정도는 타지에 흩어진 주요 인사들에게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