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민주당과의 대결전선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분위기다. 자체 조사와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민주당과 격차를 벌이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발언에 연일 맹공을 쏟고 있고 이를 지원사격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은 지금 조문정국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몽유를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곧바로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며 "민주당 입장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반드시 따져봐야겠다"고 거들었다.

    안 원내대표는 "제1연평 해전을 승리로 이끈 박정성 사령관은 '김대중이 선제사격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려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며칠 전 핵 개발을 한 김정일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명박 정권 퇴진을 들고 일어나자는 식의 선동발언까지 했다. 정세균 대표는 6·15 기념사에서 남북관계 악화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탓이라 규정하고 6·15 선언을 실천하도록 압력을 넣자고 소리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북한은 핵무기가 방어수단인 동시에 공격수단이라고 분명히 천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북한에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두 정부 당시 종사했던 분들과 민주당은 분명한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민주당 정체성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인식시켜 주고 있다"며 "국민은 더 이상 민주당 정체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 의식구조를 한 번 따져봐야겠다"며 "어제 이석현 의원이 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는데 민주당의 위험한 정국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안 원내대표는 "도대체 민주당은 어느나라 정당이냐"고 따진 뒤 "김 전 대통령 발언이나 이 의원 발언은 모두 현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의원의 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해 민주당과 이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이경재 의원도 이날 오전 4·19 관련 단체 조찬 모임을 소개하며 "김 전 대통령 발언을 두고 격앙하는 모습이었고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독재 뜻이 무엇이냐' '이것이야 말로 국민에게 선거에 의해 수립된 이명박 정부를 폭력혁명으로 뒤엎자는 얘기냐'는 등의 격앙된 말이 나왔다"고 말한 뒤 "김 전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영선 의원은 "우리가 김 전 대통령이 사회전체를 바꾼 만큼 노력하지 못한 탓도 있다는 반성을 하고 싶다"는 자성발언으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 발언에 논란이 있지만 말을 확대 재생산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며 "국회의원이 국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