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李대통령 파기환송판결 직후 재판소원제 추진기존 3심제→4심제 전환…대법 "소송지옥' 우려이달 법사위 통과…與, 이달 본회의 강행처리 방침법학계 "대법원을 정치에 예속" "대법 압박카드"변호사들조차 반대…"사건 늘겠지만 취지엔 반대"
  • ▲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심사를 위해 열린 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심사를 위해 열린 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재판소원제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리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여당의 법안 추진에 "재판소원제가 도입될 경우 국민이 4심제의 '희망고문'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사법권이 헌법재판소로 단일화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압박 카드"란 비판이 나온다.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 與, 李대통령 파기환송 이후 추진 … 尹 선고 후 '입법 드라이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무기징역 선고 이후 '입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열린 최고위에서 윤 전 대통령의 무기징역형에 대해 "(내란죄) 법정 최저형 선고는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헌정질서 위에 군림하겠다는 조희대 사법부의 노골적인 선언"이라며 "사법개혁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지난 11일 범여권 주도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법안 공포 2년 후부터 단계적으로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재판소원제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확정판결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판 결과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소원제가 법사위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출근길에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 법사위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에 엄청난 피해 간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18일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통해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사된 적이 없는 등 재판소원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5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에 대한 즉각적 반향으로 발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은 4심제의 희망 고문과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된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 이후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추진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법조계에서도 반대 목소리 봇물 … "변호사들만 노나는 꼴"

    재판소원제 도입 추진에 대해 법학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 제도는) 권력분립 관점에서 볼 때 사법권이 헌법재판소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며 "우리 사법 시스템상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균형을 맞춘 현재 상태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갑자기 민주당이 4심제를 추진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면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공격하는 동시에, 나머지 재판들도 시간을 끌어 면소판결을 노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는 동기·시기·방법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권위를 정치에 예속시키기 위해 추진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개헌과 같은 사전 준비 없이 단순히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를 삭제하는 방향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법원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두고 "국민은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된다"고 한 것과 비슷한 취지로 법조계에선 "변호사들만 노나는 꼴"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당연히 사건이 늘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면서도 "'방탄용' 입법이란 추진 배경 때문에 마냥 찬성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회장 이재원)은 재판소원제가 법사위를 통과하자 성명을 통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강행처리"라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