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여자 1500m 최초 3관왕 실패은메달에도 금메달 딴 후배 김길리 따뜻하게 안아줘최민정은 7개 메달로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
  • ▲ 최민정이 1500m 금메달을 따낸 후배 김길리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최민정이 1500m 금메달을 따낸 후배 김길리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최민정이 금메달에 실패한 후, 위대한 역사가 무산된 후 한 일은, 자신을 이긴 후배를 '안아주는' 것이었다. 

    최민정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한국 대표팀 후배 김길리다. 

    최민정은 세계 쇼트트랙 신역사 달성을 눈앞에 뒀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다면 세계 최초로 쇼트트랙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최민정은 2018 평창 대회, 2022 베이징 대회에서 1500m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의 시선은 최민정에게 쏠렸다. 

    그러나 위대한 역사는 탄생하지 못했다. 최민정은 결승선 2바퀴 남기고 후배 김길리에게 1위를 내줬고, 그대로 레이스는 마무리 됐다. 최민정은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쉬움이 큰 것이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역사를 놓친 순간이다. 그러나 최민정은 자신의 아쉬움보다, 자신의 좌절보다 후배의 기쁨에 더욱 큰 감정을 실었다. 최민정은 눈물을 흘리는 후배 김길리를 꼭 안아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설의 '품격'이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전설로 추앙받는 것이 아니다. 최민정은 품격마저도 전설이다. 최민정의 마지막 올림픽. 자신의 신역사보다는 한국 쇼트트랙 미래에 더욱 공을 들였다. 

    자신처럼, 앞으로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김길리에게 자연스럽게 패권을 넘겼다. 후배에게 넓은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아름다운 세대교체의 모습이었다. 특히 김길리가 1위로 치고 나가고, 마지막 1바퀴가 남았을 때 최민정은 속도를 조금 늦추는 모습을 보였다. 뒤에 따라오는 적들을 방해한 전략이다. 김길리를 위한 희생이었다. 

    금메달, 3연패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최민정의 품격은 금메달이다. 왜 그가 전설로 불리는지, 전설의 정석을 보여줬다. 최민정이 있었기에 한국 쇼트트랙은 행복했고, 최민정이 있기에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도 밝다. 

  • ▲ 최민정이 올림픽 개인 통산 7개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올림픽 역대 1위로 등극했다.ⓒ연합뉴스 제공
    ▲ 최민정이 올림픽 개인 통산 7개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올림픽 역대 1위로 등극했다.ⓒ연합뉴스 제공
    최민정은 3연패라는 역사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번 은메달로 올림픽 통산 메달 개수를 7개로 늘렸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 신기록'이다. 

    그는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이상 6개)을 제치고 한국 선수 동·하계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최민정은 2018 평창 대회에서 여자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올랐고,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전설의 저력을 보여주며 금메달을 합작한 뒤 마지막 메달 레이스인 여자 1500m에서 은빛 질주를 펼쳤다.

    또 최민정은 전이경(금메달 4개·동메달 1개)과 함께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공동 1위에도 올랐다.

    최민정의 올림픽은 끝났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 김길리라는 후배의 등장도 최민정이 마음 편하게 올림픽을 떠날 수 있게 만든다. 

    1500m 경기 후 최민정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여러 감정이 쌓여 눈물이 난다.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대회를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창 대회를 뛸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버텼다. 자연스럽게 마지막을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후배 김길리를 향한 애정과 신뢰도 드러냈다. 

    최민정은 "이제 김길리가 나의 뒤를 이을 거라 한결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김길리에게 에이스 칭호를 물려주게 됐다. 나도 전이경 선배님과 진선유 선배님 등을 보며 꿈을 키웠고, 길리도 난를 보며 꿈을 키우고 이뤄내서 기쁘다"고 밝혔다. 

    위대한 도전이 끝났고, 최고 후계자도 만났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만족스럽다. 전설의 마지막은 진정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