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6일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중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검찰이 제기한 직무 관련성은 없었다"며 "권양숙 여사의 지시로 돈을 받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돌려받아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처음 체포될 때 '개인적으로 3억원을 받아 썼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후 '권 여사 지시로 돈을 받아 건넸다'고 말을 바꿨고, 구속된 뒤엔 '돈을 받긴 했지만 권 여사에게 건네진 않았다"고 했으나 이날 다시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되돌려받아 관리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정씨의 거듭된 진술 번복으로 권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공판이 끝난 뒤 피고인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사용하는데 동의해 권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또 1억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 수수 혐의에 대해 "일시와 장소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박 전 회장이 수표가 든 것으로 의심되는 종이상자를 주려고 했으나 거절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2억5천만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청와대 재무관으로서 활동비를 관리한 사실은 있지만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씨는 "통상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월 2억원 정도로 총무비서관이 수령해 대통령에게 전달만 하면 되고 영수증 제출도 필요없는 돈"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필요할 때 얘기하겠다'며 나(총무비서관)에게 관리를 일임했기 때문에 집행의 주체가 돼 쓰고 남은 돈을 따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씨는 앞서 구속적부심 등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분쇄기로 파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은 상품권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향후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7월7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