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덕수둥 돌담에 붙은 전단들. ⓒ 뉴데일리
    ▲ 덕수둥 돌담에 붙은 전단들. ⓒ 뉴데일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 때문에 덕수궁 돌담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추모객들이 대한문에서 이얼싼 어학원 건너편, 주한 미국 대사관저로 이어지는 돌담에 각종 추모 글과 반정부구호,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을 비난하는 글이며 구호가 적힌 종이들을 수백 장 테이프로 붙인 것. 이런 종이는 대한문에서 서울시의회 방향으로 난 돌담에도 역시 수백 장이 붙어 있다.

    문제는 종이가 떨어지지 않게 접착력이 강한 청테이프를 사용한 탓에 종이를 떼어내면 돌담 역시 훼손된다는 점이다.

    돌담을 돌아본 한 시민은 “추모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 글로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된다면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덕수궁 관리소는 “덕수궁 돌담은 사적 제124호인 덕수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5년 11월 20일 SBS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촬영하면서 실리콘의 일종인 글루건을 이용해 종이소품을 돌담길에 부착하고 촬영한 후 이 소품을 제거하면서 덕수궁 돌담을 훼손한 일이 있었다. 이와 관련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SBS의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SBS가 방송을 통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프라하의 연인’의 경우 돌담 훼손으로 든 수리비는 1492만원 상당이었다.

    네티즌 이현주씨는 문화재청 홈피에 올린 글에서 “지금 나라 사정과 분위기는 알겠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드라마 촬영 때문에 메모지를 돌담길에 붙여 크게 말이 많았죠. 그런데 청 테이프로 붙인 전단은 어떻게 된 겁니까. 메모지로 붙인 것도 훼손됐다고 난리였는데 청 테이프는 오죽 하겠습니까. 이를 방관만 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봅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 상황에 힘든 것은 알겠지만 아닌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경우엔 되고 어떤 경우엔 안되면 이런 의식을 가지곤 숭례문 같은 결과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고 호소했다.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2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테이프를 오래 붙여두면 제거는 잘 되지만 돌담이 손상을 입는다”며 “약품 사용 등 다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돌담 훼손을 위해 한번 철거에 나섰다가 조문객들의 반발로 중단했다”며 “방치하자니 훼손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철거도 못 할 형편이어서 안타까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