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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8시. 이때만 해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한나라당 개표 상황실에는 당 지도부가 모두 모였다. 박희태 대표도 8시 26분 개표실을 찾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4.29 재보선 결과에 땅을 친 사람은 여럿이지만 정 최고위원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울산 북구에서 졌기 때문. 정 최고위원의 현 지역구가 서울(동작을)이라지만 울산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현대기업이 밀집한 그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당 지도부는 이 지역 유세를 정 최고위원에게 전담시켰다. 옆 동네인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할 만큼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정 최고위원의 의욕도 강했다. 측근들이 "무소속 시절 본인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뛴다"고 말할 정도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울산을 찾으며 '올인'했다.
당 안팎에선 정 최고위원의 이런 행보가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봤다. 취약한 당내 세력을 보완하고 선거승리로 정치적 입지도 굳히는 카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에 참패하며 그가 울산 북구 올인으로 계획했을 그림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선거에서 정 최고위원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인 점은 뼈아플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이 책임을 지고 할 일은 아니겠지만 선거에서 별 영향력이 없다는 점을 보인 것은 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총선에 이어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그가 얻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