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1명당 1명의 경찰을 배치하기 전에야.."

    `마초', `호색(好色)'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2) 이탈리아 총리가 성범죄 방지대책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쳤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5일 "우리는 강간 등 성범죄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경찰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우리(이탈리아) 여성들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유럽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성범죄 차단을 위해 현재 경찰의 순찰병력을 현재의 10배인 3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발표 도중 질문의 답변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자신의 `끼'를 주체 못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병영국가에서조차 성범죄는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아름다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똑같은 숫자의 경찰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담한 발언이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의 죠반니 멜란드리 의원은 피해여성을 희화화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욕적 언사라고 규탄했다. 

    평등부 `섀도캐비닛(의회중심국가에서 야당의 각료후보자)'인 비토리아 프랑코는 "총리의 말은 국가가 어떻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여성은 집을 나서자마자 강간 혹은 공격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냐"라며 따졌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강간 등 성범죄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범죄"라면서도 어느 순간에든 평정심과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의 이번 대책 발표는 올해 들어 로마에서 3건의 잔인한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범국민적인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야권에선 경찰력 강화가 병영국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제기됐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