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그림자로 드리워진 2008년 한해. 다가오는 2009년은 새롭게 출발해야 하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떨쳐버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불안한 현실은 암울한 상황으로부터 ‘일탈’로, 또 기존 가치에 반하는 옛 것으로의 ‘환원’으로, 그리고 자신과 사회의 성찰을 통한 ‘절제와 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 전문가들은 내년 소비 키워드라 할 수 있는 '3E', 즉 일탈(탈출의 의미 Escape), 환원(민속, 복고의 의미 Ethnic), 보호(친환경과 절제의 의미 Ecology)에 주목하고 있다.

    불황에서 벗어나는 길…차별화가 대세

    내년 경기 전망은 올해보다 더 암울하다. 전세계적 디플레이션으로 국내 경기는 시계 제로 상태다. 소비자들은 암울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한다. 외식업체는 독특한 창업아이템, 이색 메뉴, 세련된 인테리어, 고객감동 서비스 등 여느 업체에서 맛볼 수 없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엘리팝(http://www.alleypub.com)은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려 핑크톤 꽃무늬로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메뉴와 인테리어에도 여성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술과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만 기존 호프집과는 차별을 둬 공간 활용에 신경썼다. 다닥다닥 붙은 좌석과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맥주집 인테리어에서 탈피, 상쾌하고 발랄한 여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너가내가(http://www.nurganega.co.kr)는 7900원에 바베큐 치킨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맹점마다 여성고객 우대 로얄카드(패밀리카드)를 발급해 고객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옛 향수를 자극해라…불황과 복고는 한몸

    얼마 전 옥션이 네티즌 대상으로 ‘올해의 히트상품 키워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황’과 ‘복고’라고 대답한 네티즌이 대다수였다. 살기가 어려워질수록 옛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회귀와 관심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내년도 외식업계도 이 같은 트렌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맛집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명동할머니국수(http://www.1958.co.kr)는 지금의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뒤 두 평 남짓한 허름한 ‘서서먹는 국수집’에서 시작됐다. 옛날 방식으로 만든 이 집의 두부 국수와 비빔국수는 ‘복고’ 바람을 타고 찾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완산골명가(http://www.wansangol.com)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완산골명가의 대표 메뉴는 전주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과 비빔밥. 국물을 너무 팔팔 끓이지 않는 것이 전주 남부식의 특징인데 느끼하거나 텁텁하지 않은 깔끔하고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소비자 안전먹거리 선호도 높아져

    조류독감, 쇠고기 파동 뿐만 아니라 이물질과 멜라민 파동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안전 먹거리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전 먹거리와 관련된 시장은 내년에도 높은 매출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헬시푸드(Healthy Food)’ 트렌드에 소비자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채선당(http://www.chaesundang.co.kr)은 ‘야채가 신선한 집’이라는 브랜드 명처럼 친환경 유기농 야채를 쓴다. 이 집의 야채는 경기도 이천 영농조합에서 직접 재배한다. 청경채 신선초 로메인 적근대 항암초 등 다양한 야채는 샤브샤브를 맛보는 고객의 눈 앞에서 신선함 그대로를 자랑한다. 또, 황동냄비 사용으로 음식의 각종 독소를 제거하고 있다. 한편, 술도 건강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다라치 http://www.darachi.co.kr)가 선보이는 무균맥주시스템을 거친 생맥주가 그것. 무균맥주시스템은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맥주 관 내부 노즐을 통해 박테리아, 이물질 등의 반응을 감지해 살균, 신선하고 깨끗한 생맥주 고유의 맛을 유지한다. 맥주잔 또한 국내 전통 항아리잔으로 디자인해 맥주를 마실 때 최적의 온도를 유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창업라이프 김점규 컨설턴트는 “경기침체 여파로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겠지만 창업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띨 것”이라며 “하지만 사회 트렌드와 소비자의 변화된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섣불리 창업시장에 뛰어 들다간 백전백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