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터 국내까지 20년 넘은 올드 IP 열풍이 업계 주도추억 소환과 팬서비스 취지 … 실상은 도태되는 양상IP 돌려막기 한계 명확, 20년 이끌 빅 IP 개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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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개발자들도 위험성이 큰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게 됩니다. 유저들은 신선함에 열광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익숙함에 돈을 쓰기 마련이니까요.” 

    게임업계 관계자의 뼈아픈 고백이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몸집이 커진 게임산업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게임시장은 신규 IP를 개발하기보다는 앞서 흥행한 IP를 재해석하거나 리마스터한 작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엔씨 ‘리니지 클래식’과 넥슨 ‘메이플 키우기’를 비롯해 내달 출시를 앞둔 넷마블 ‘스톤에이지 키우기’도 같은 맥락이다.

    올드 IP 바람은 사실 국내 게임사가 아닌 해외 게임사들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블리자드가 ‘디아블로2’ 확장팩에 25년만에 8번째 신규 직업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도 고전 IP를 현대화한 작업물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공통점은 대다수가 20년에서 많게는 30년 된 IP들이라는 점이다.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데도 대부분 성공했다. 게이머들은 ‘언제까지 우려먹을거냐’고 욕하거나 ‘추억을 인질로 삼는다’고 비판하면서도 순순히 지갑을 열고 있다.

    게임사들은 구매력이 검증된 올드 게이머들을 공략한다는 입장이다. 원스토어가 공개한 ‘2025 게임 이용 트렌드’에 따르면 게임 시장의 ‘큰손’은 1020이 아닌 3040 세대다. 10년 넘게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과 ‘메이플스토리’가 점령중인 PC방 점유율 순위만 보더라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IP 재활용은 좋게 말하면 추억 소환과 팬서비스로 포장되지만, 기존 자산에 겉포장만 바꾼 ‘택갈이’식 출시에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국내 게임역사에서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를 잇는 사실상 마지막 ‘빅 IP’는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에서 멈춘 것이 사실이다.

    게임업계가 검증된 IP에 매달리는 이유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트리플A급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대체로 1000억원을 상회하며, 내달 출시를 앞둔 펄어비스 ‘붉은사막’은 총 개발비로 최소 3000억원에서 4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흥행에 좌우되는 게임산업 구조 특성상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흥행 주기가 짧아지면서 신작의 성공 가능성도 매우 낮아졌다. PC·모바일·콘솔로 유저층은 분산됐고, 각 장르를 대표하는 대작들은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핵심 유저들의 고령화로 게임을 즐기던 세대는 OTT와 ‘보는 게임’으로 흩어졌다.

    대다수 게임사들은 트리플A급 게임으로 미국·중국 게임사들의 자본력과 정면 대결을 펼치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 장르도 캐주얼이나 서브컬처, 방치형 쪽으로 적당한 ‘중박’을 찾는 전략이 업계의 교본이 됐다. 개발보다는 퍼블리싱에 치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글로벌 시장 문법에 맞는 ‘빅게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대로면 국내 게임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익숙한 IP 돌려막기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0년 전 추억은 힘이 세지만, 20년 뒤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