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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 사설 '남한에 4번 오른 인공기, 평양엔 왜 태극기 못 거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일이다. 북한 응원단 150명이 예천에서 북한팀 응원을 마치고 돌아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비에 젖은 걸 발견하자 응원단은 버스에서 뛰어내려 현수막을 떼어내며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비를 맞히냐"고 항의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그 유니버시아드 경기장에는 북한 인공기(人共旗)가 선명하게 게양됐고 '아침은 빛나라…'로 시작되는 북한 국가(國歌)가 우렁차게 연주됐다. 당시 경찰은 시민들이 경기장 인공기를 훼손시킬지 모른다고 해서 특별 경계까지 폈다.
3월 26일 평양에서 열릴 월드컵축구 남북한 예선전을 앞두고 북측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한반도기와 아리랑으로 대체하자고 하고 한국 응원단도 올 필요가 없다면서 거부 의사를 비치고 있다. "공화국 사상 태극기가 나부끼고 애국가가 울린 적이 없으며 북쪽 인민들이 열렬히 환영할 테니 남측 응원단이 올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남쪽에선 대구 유니버시아드뿐 아니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5년 남북통일축구와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때까지 모두 네 차례 인공기와 북한국가가 게양되고 연주됐다. 2002 아시안게임 때는 북한선수가 입상하는 종목별 시상식마다 인공기가 올라가고 북한 국가가 연주됐다. 경기장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국기에 경의를 표해 주십시오"라는 장내 안내에 따랐고 그 장면이 TV로 다 방영됐다.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가 거북하다는 말도 많았지만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 아니냐며 우리 모두가 받아들인 것이다. 더구나 그 시절은 지금처럼 남북 간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빈번하지도 않았던 때였는데도 그랬다.
3월 남북 월드컵 예선은 국가대표 간 A매치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22조는 "월드컵 예선경기 때는 FIFA기와 함께 양팀 국기가 경기장에 게양돼야 하고 선수들이 도열한 뒤 양팀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평양에선 2월 26일 뉴욕 필하모닉이 공연을 하고 그때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도 연주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 국가는 되고 애국가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FIFA 규정을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