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 조작, 민주주의 공론장 신뢰 흔들어"여론조작·사이버 범죄 대응 한계 지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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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접속국가 표시제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용자의 접속 국가를 표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온라인 접속 국가 표시제' 도입을 둘러싼 입법 논의를 본격화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환경에서 허위 정보 유통과 여론 조작, 사이버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현행 제도로는 책임 소재조차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국민의힘 김장겸 의원과 당 정책위원회,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온라인 접속 국가 표시제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한계를 점검했다.김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스캠 범죄와 불법 광고, 피싱 및 투자 사기는 물론이고 조직적·반복적으로 자행되는 댓글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 공론장의 신뢰와 안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도의 필요성과 목적, 표시 방식의 적정성, 개인정보 보호와의 정합성, 그리고 플랫폼의 이행 가능성 등 다양한 쟁점이 심도 있게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토론회에는 학계·언론계·법조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온라인 접속국가 표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이버 공간의 책임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온라인 접속국가 표시제는 게시물 작성이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이용자의 접속 국가 정보를 일정 범위 내에서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해외 서버나 해외 사업자를 통한 우회 접속이 일상화되면서 허위조작정보나 불법 콘텐츠가 유통돼도 접속 주체의 소재조차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논의의 출발점이다.발제자로 나선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 범죄와 여론 조작이 '국경 없는 구조'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김 교수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른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매우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지전은 전쟁과 평시의 경계가 없는 회색지대에서 여론과 인식을 교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특히 해외 서버와 해외 계정을 활용한 스캠 범죄, 댓글 여론 조작, 정보전이 일상화되면서 수사기관이 접속 주체의 국가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이지만, 현재의 온라인 환경은 100년 전 언론 환경과 완전히 다르다"며 "온라인 접속 국가 표시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접속 국가 표시제가 사전 검열이나 차단이 아닌 책임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정보 제공 장치라는 것이다.X(구 트위터)가 계정 정보란에 'based in' 형식으로 접속 국가를 표시하고 있는 사례도 소개됐다. 글로벌 플랫폼조차 정보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접속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속 국가 표시제가 국제적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제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외국 정보기관이 SNS를 활용해 여론 조작과 정보 활동을 수행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SNS는 이미 스파이 활동과 정보전의 전장이 됐다"고 분석했다.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 정보기관이 가짜 계정과 허위 프로필을 통해 정치·사회적 내러티브를 확산시키는 이른바 '영향력 공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 활동은 책임 부인성이 높아 기존 제도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접속 국가 표시가 이뤄지면 정보 출처에 대한 최소한의 단서가 제공돼 이용자 판단과 수사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반면 표현의 자유 침해와 위축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접속 국가 표시가 이용자에게 감시받고 있다는 인식을 주면 발언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 공동대표는 "위헌적 제도 아닌가 싶다"며 "권력이 국민을 들여다보는 창을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시 정보의 범위와 활용 목적을 명확히 제한하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엄자혜 변호사도 표시된 정보가 낙인이나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의 세밀한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엄 변호사는 "제도 효과를 비춰볼 때 도입 필요성이 상당히 인정된다. 하지만 이용자 접속 국가 표시라는 부분이 구체적인 위치 정보가 포함되는 것으로 과도하게 확장돼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과도하게 활용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접속 국가 표시제를 검열이나 사전 규제로 보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접속 국가 표시는 게시물의 적법성이나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닌 이용자가 정보를 소비할 때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장치라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플랫폼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언론, 소통 환경이 변화한 상태에서 이런 장치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여론 참여자들의 댓글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이날 토론에서는 온라인 접속 국가 표시제가 사이버 범죄 대응과 여론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적 필요성을 갖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 가능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제도의 취지와 효과를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법 설계가 관건이라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김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법안이고 조치라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