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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일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창균 정치부 차장이 쓴 '이명박 정부가 쥔 두 장의 카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좋은 소식(good news)과 나쁜 소식(bad news)이 있다. 어떤 것부터 들을래?"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행운과 불운, 두 장의 카드가 있다. 어느 쪽부터 열어볼 텐가."
기분 좋은 소식부터 전하기로 하자. 이명박 정부는 '20년 만에 한 번씩 해와 달이 만난다'는 정치 사이클을 맞는다. 5년 주기의 대선과 4년 주기의 총선이 거의 동시에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지는 총선에선 집권당이 대부분 고전한다. 그래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에 임기 중·후반기를 끌려 다니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한 달여 만에 치러질 이번 총선에선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심판할 소재가 없다. 유권자들의 정서는 오히려 '대통령을 뽑아 놨으니 일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 주자'는 쪽으로 쏠린다. 이 당선자는 어쩌면 임기 거의 전체를 과반 의석 국회의 지원을 받아가며 운영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보너스가 하나 더 따라붙는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에 총선을 한 번 더 치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012년에 치러질 총선의 공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당 장악력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얘기다.
이번엔 '부담스러운' 소식을 전할 차례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당내 라이벌들은 대선을 전후해서 당을 떠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선 상대였던 이종찬 후보가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내에 경쟁자 자체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경선에서 맞섰던 이인제 후보도 탈당했고, 후보 단일화 상대였던 정몽준 의원은 대선 하루 전날 공조를 파기했다.
반면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박빙의 승부를 겨뤘던 박근혜 전 대표는 결과에 승복한 뒤 이 당선자를 도왔다. 이 당선자는 BBK 검찰 수사 및 이회창 후보 출마라는 이중 파고(波高)가 몰려왔을 때 박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라고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당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첫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겐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정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지는 법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우선 대선과 총선을 연이어 치르는 것이 반드시 좋은 소식인지 따져 봐야 한다.
20년 전 노태우 정부도 1987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4개월 만에 총선을 치렀다. 집권 세력은 야당이 셋으로 분열된 만큼 압승을 자신했다. 심지어 "너무 크게 이기면 부담이 된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與小野大)였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거꾸로 위기로 돌변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정치인이 집권당 내에 남아 있는 것은 또 그렇게 나쁜 소식일까. 대통령제에서 집권당은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있을 때만 임기 후반을 힘있게 이끌 수 있다. 단임제인 우리의 경우엔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당선 가능성도 높은 차기 주자가 그 대안에 해당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이 지리멸렬해진 이유 중 하나도 범여 주자들이 모두 5% 안쪽의 몽당 지지율이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대선 때 10년짜리 경제 공약을 내놓으며 "내가 집권한 뒤 박 대표가 뒤를 이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었다. 힘 있는 차기 주자를 대통령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역(逆)발상법이다.
이 당선자는 역대 대통령에게 없었던 두 장의 카드를 손에 쥐고 임기를 시작한다. 당선자와 측근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이 두 가지는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쌍둥이 저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두 달도 안 남은 4·9 총선이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