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당 복귀의사를 밝히자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측은 내심 긴장하는 눈치다. 정 전 장관이 '신당설'을 일축하면서 당 분열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그가 손 대표 노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갖고 당 내부로 들어오면서 손 대표는 정 전 장관 측과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3일 자신의 지지 모임인 '정통들' 회원들과 속리산을 등반하면서 "인수위와 신 정권의 시대착오적 노선을 정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신당 목소리는 약하다"며 손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오늘부터 확실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 침묵하지 않겠다"면서 손 대표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자 손 대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4일 민생행보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위 정책을 구체적으로 꼬집었는데 비판 수위가 평소보다 높았다. 당 내부에서는 당장 "목소리가 약하다"는 정 전 장관의 지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달렸다.

    손 대표에 우호적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 정치활동을 재개한 정 전 장관에게 "좀 더 호흡을 길게 하고 국민 뜻을 더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정 전 장관의 움직임이 성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어찌됐건 사상 초유로 530만 표 이상 차로 패배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고 아직 대선이 끝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며 "보다 길게 호흡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회자가 "(정 전 장관이)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도 될까요"라고 묻자 송 의원은 "정 전 장관을 위해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전 장관이 손 대표 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노선이 뭐 호남선 경기선도 아니고 다 같이 한 길로 가는 남북 화해협력의 노선과 민생우선, 실사구시 이런 데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이 패배한 게 노선의 문제라기보다 자세와 진실성과 일관성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