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친노 그룹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새 대표로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선출하자 친노 그룹 수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곧바로 탈당했다. 이미 안영근 심재덕 의원이 당을 비판하며 탈당했지만 이 전 총리 탈당은 이들과 정치적 의미가 다르다. 당장 친노 그룹 집단이탈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유시민 의원이 이 전 총리 탈당 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고 김형주 이화영 의원 등 일부 친노 성향 의원들이 그를 뒤따를 태세다. 그러나 친노 그룹이 집단 이탈해 총선에서 의미있는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는 비관적인 시각이 높다. 이화영 의원이 탈당을 결심했고 김형주 의원도 탈당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노 그룹은 입장정리를 못하고 있다.

    친노 그룹은 이 전 총리 거취문제를 두고 8일과 9일 모였지만 그의 탈당에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친노 그룹 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다수 참석 의원들이 이 전 총리 탈당을 만류했다고 한다. 실제 10일 중앙위원회가 열릴 때만 해도 이 전 총리가 주말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손 전 지사가 대표로 선출되자 즉각 탈당을 선언해 친노 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전 총리를 따라 친노 그룹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할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아 부정적 여론이 클 것이란 게 이들의 고민이다. 10일 중앙위원회에 참석한 김형주 의원도 "솔직히 얘기하면 이 전 총리가 혼자 행동을 하는 것은 책임지는 게 될 수 있지만 (친노 그룹 의원들이 행동을) 같이하면 친노 그룹이 세력화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이 카드는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 (친노 그룹 의원) 대다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실적으로 (친노 그룹이 탈당 뒤 정치세력화 할) 여력도 없다"고 털어놨다.

    의원들마다 지역구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이들의 단일 대오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탈당 가능성이 높은 김형주 이화영 의원은 당내 공천경쟁 상대가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은 추미애 전 의원과, 이 의원은 한때 자신이 모셨던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과 공천경쟁을 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탈당한다고 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사람이 두 의원"이라고 했다. 두 의원 모두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우광재'라 불리며 대표적인 친노 그룹으로 꼽히던 이광재 의원은 잔류할 뜻을 밝혔고 서갑원 백원우 의원 등 노무현 대통령 비서 출신들도 탈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도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노 그룹을 끌어안을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내 머리 속에 친노다 반노다 이런 개념이 없다"고 했고 "친노 그룹이라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보면 어쩌다가 그 그룹의 카테고리에 끼워져 있는 경우"라면서 "일방적으로 어떤 사람을 특정 카테고리로 묶어 배제하는 일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래서 손학규 체제의 안착 여부에 따라 친노 그룹 의원들의 거취 문제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