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0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10개월 만에 통합신당에 제대로 둥지를 튼 셈이다.

    마땅한 총선용 얼굴을 찾지 못한 통합신당은 결국 한나라당에서 3등을 하던 손 전 지사를 당을 얼굴로 선택했다. 당 안팎의 '정체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통합신당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4.9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다. 하지만 '손학규 호'는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당 내부에 '손학규 대세론'만큼이나 '반 손학규'세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대선 후보를 놓고 경쟁하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손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정계은퇴까지 고려하고 있고 충청과 경기 지역 일부 의원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만드는 '자유신당'(가칭)행을 심각히 고민 중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을 위시한 '경선파'와 '쇄신파' 초선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더구나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공천권' 문제를 매듭짓지 않았다. 손 전 지사 측은 새 지도부가 당 공천권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 손학규' 진영에서는 당권과 공천권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손 전 지사에게 전권이 주어진 지도부 구성 문제를 두고도 각 계파간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 전 지사를 선택한 일부 의원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이들의 주장인데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손 전 지사를 교황 선출방법으로 대표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여기 온 의원들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총 306명이 참석한 중앙위원회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인 164표(53.6%)를 획득하며 대표로 선출됐다. 김근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의 지지를 업고 출마한 우원식 의원과 시민사회 세력의 지원사격을 받은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이 도전장을 냈지만 이들은 각각 55표와 46표를 얻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