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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의 무혈 입성이 예상됐던 한나라당 선출직 최고위원 한 석에 이재오 의원이 도전 가능성을 시사해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이 의원이 "한 번 생각해 보겠다"며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에 재도전 의지를 내비친 것.
당초 비어있는 최고위원직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를 적극 지원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정 의원이 1순위로 거론됐다. 강재섭 대표는 연초 복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적절한 기회에 최고위원을 포함해 상응한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최고위원들과 상의할 것" "정 의원에게는 꼭 최고위원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 의원에 대한 예우를 언급해왔다. 한나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을 결의했으며, 이달말 경 확정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 의원이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정 의원의 순항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차기 정부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 등을 위해 최고위원을 맡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내 정치적 갈등 등으로 더 그 자리에 있을 만한 것은 아니다. 그저 뒤에서 도우는 것이 일"이라면서도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이 의원은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 이후 투쟁의 중심에 서는 건 이제 안한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이 의원의 이같은 입장 표명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박·정·이(박근혜·정몽준·이재오)' 트리오의 경쟁구도가 보다 일찍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포스트 이명박'을 향한 2인자 다툼이 본격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는 주변 주요국 외교를 위해 내주 파견할 특사단장으로 정 의원(미국), 박 전 대표(중국), 이 의원(러시아)을 선임해 경쟁의 장을 마련해뒀다.
이날 이 의원의 발언은 박 전 대표로부터 '오만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으며 물러났던 자신이 '토의종군'에서 벗어나 정치적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최고위원직 재도전 결심을 굳힐 경우 총선 공천 문제와 맞물리면서 박 전 대표측과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선 가능성도 높다. 정 의원이 미미한 당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최고위원직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정 의원측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 경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되겠느냐"며 이 의원과 경합을 벌이게 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이날 지방 일정 중이었던 정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을 접한 뒤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원직과 관련한 당 지도부와의 교감이 있었는지 물음에는 "직접 언질은 없었지만 강 대표가 수차례 언론에 뜻을 비쳐 그렇게 되는가 보다 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입당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조율을 통해 정 의원쪽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겠는가"라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