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은 정통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정치활동을 재개하였다.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독자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보수의 가치를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후보등록을 마친 그의 행보를 보면 그는 보수를 대변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라 혼자 출연하는 마당극에 흠뻑 취해 개인적 한풀이나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이회창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고 또 본인 스스로 변했다고 한다. 과거 귀족처럼 굴었다면 지금은 서민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지난 2번의 대선에서 귀족처럼 행세하다가 떨어진 경험을 매우 뼈아프게 새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번의 선거 운동도 지금처럼 했다면 당선되었을 것을 하면서 자책도 하고 한풀이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에서 실망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이제 그는 보수적 가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 하는 대통령 선거 놀이에 흠뻑 취해 그저 개인적인 한을 풀어낼 뿐 애당초 그가 공언하였던 보수적 가치를 그렇게 공들여 대변하는 것 같지 않다. 오직 점퍼차림의 서민적 모습을 연출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노무현이 임기 마지막 순간을 대한민국을 흐트려 놓기 위해 김정일과 짜고 온갖 행패를 다 부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격도 없다. 그렇다고 북핵폐기나 북한인권 또는 NLL에 대해서도 별로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오직 서민적 이미지 창출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물론 애당초 이회창이 출마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굳이 이회창이 출마한다면 그의 역할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기대하기는 이회창이 정통보수의 희망을 대변하고 이명박과 합세하여 선거판을 보수세력이 장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명박의 보완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적당한 시기에 후보를 사퇴하여 이명박의 이념적 정향을 보다 보수쪽으로 돌리고 그리고 이명박의 당선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회창은 어느 듯 스스로 연출하고 있는 마당극에 몰입하여 자신의 서민적 이미지 연출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늦게나마 이회창이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지금 이회창은 자신의 개인적 한풀이를 할 때가 아니다. 이회창이 출마한 이유는 이명박의 이념적 정향을 보다 오른 쪽을 밀어붙이고 보수층을 두껍게 하여 보수진영이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도우는 것이다. 더 이상의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보수진영의 분열로 이어지고 정권교체마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명박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이회창의 출마 이유를 흐리게 한다. 이미 발을 잘못 들여놓았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나마 정도를 걷기 바란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